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그룹 계열사간 순환출자고리의 80%이상을 끊었다.
롯데그룹은 27일 8월말 이후 약 두 달동안 기존 416개의 순환출자고리 중 약 84%(349개)를 해소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롯데 지배구조가 한층 투명해지면서 시장의 신뢰도 두터워 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 순환출자 고리는 호텔롯데 상장, 롯데쇼핑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 전환과정에서 풀릴 가능성이 커졌다.
■약속 지킨 신동빈 회장, 유리알 지배구조로
우선 지난 8월 28일 신 회장은 사재를 털어 롯데제과 주식 1만9000주(종가 기준 357억5800만원어치)를 사들여 순환출자 고리 34%(140개)를 한꺼번에 끊었다.
이어 이날 호텔롯데가 롯데쇼핑 등 3개 계열사 보유주식을 매입해 209개(50.2%) 고리를 추가로 없앴다.
구체적으로 호텔롯데는 ▲롯데쇼핑의 롯데알미늄 주식 12% ▲한국후지필름의 대홍기획 주식 3.5% ▲롯데제과의 한국후지필름 주식 0.9%를 사들였다.
예를 들어 롯데쇼핑이 보유한 롯데알미늄 주식을 호텔롯데가 인수하면서 기존 '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롯데쇼핑', '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건설-롯데쇼핑'과 같은 큰 순환출자 고리가 끊어졌다. 지분관계가 호텔롯데를 중심으로 단순한 직선 형태로 바뀐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후지필름-대홍기획-롯데정보통신-롯데쇼핑-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 '한국후지필름-대홍기획-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상사-한국후지필름' 등의 순환출자도 호텔롯데가 후지필름의 대홍기획 지분을 사들이는 동시에 풀렸다.
후지필름 주식 0.9%의 소유권이 롯데제과에서 호텔롯데로 넘어가면서 '롯데제과-한국후지필름-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제과', '롯데제과-한국후지필름-대홍기획-롯데제과' 등의 순환출자 고리도 사라졌다.
호텔롯데가 3개사로부터 사들인 주식 수는 12만7666주, 매입 금액만 1008억원에 이른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8월 경영권 분쟁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11월말까지 그룹 순환출자고리의 80% 이상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고, 지난 9월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80% 해소 시점을 10월말까지 앞당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신 회장은 순환출자 해소 84% 완료 사실을 발표하면서 "국민께 약속한 것을 반드시 지켜 사랑과 신뢰받는 기업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경영 투명성 확보, 기업문화 개선, 사회공헌 확대 등 롯데의 개혁과제를 중단 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상장, 시기의 문제일 뿐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방점은 지주회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그 시작은 호텔롯데의 상장이다.
신 회장은 지난 8월 지배구조 쇄신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비용으로 7조원을 예상한다"며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인 호텔롯데의 주주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호텔롯데가 내년 2월 상장하려면 다음달까지 예비심사를 청구해야 한다. 거래소는 해당 기업의 매출액과 지배구조 안정성 등을 들여다 본다.
문제는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다시 시작되면서 걸림돌이 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과 일본에서 제기한 총 3건의 소송은 심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 기업공개는 필요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며 100% 순환출자 해소를 우선시 했다. 금융감독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본롯데홀딩스로 지분율은 19.07%다. 광윤사도 5.45%나 보유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난 14일 지분율 51%로 과반 주주 지위를 확보하며 광윤사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그러나 상장은 시기의 문제일 뿐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판단이다.
롯데 관계자는 "순환출자 84% 해소로 롯데의 지배구조가 더 간결해지고, 경영 투명성도 높아져 투자자 신뢰가 커질 것"이라며 "롯데는 앞으로 중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순환출자고리 완전 해소 등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나금융투자 오진원 연구원은 "지배구조 개편을 천명한 롯데그룹은 분할·합병보다 비상장 지분 직매입을 통한 신속한 순환 출자 해소에 나설 전망"이라며 "호텔롯데는 자회사 추가 지분을 확대하는 등 지주회사로서의 지위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나금융투자는 호텔롯데가 상장되면 시가총액은 12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돈이면 지주회사 문제를 해결하고도 남는다. 단 면세점 수성 등을 통해 적정가치를 확보해야 한다.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 문제는 올해말까지 예정된 중간금융지주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 여부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편 롯데쇼핑은 코리아세븐과 롯데시네마(사업부), 롯데카드, 롯데리아 등 계열사 상장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