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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지구촌을 달군 기업 10 ①] 아마존은 NYT와 전쟁중…승자가 언론의 미래를 가른다

#2015년에도 지구촌의 주역은 기업이었다. 혁신으로 지구촌의 변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있는가하면 쌓아온 신뢰를 무너뜨리며 지구촌을 실망시킨 기업도 있었다. 또 논란의 중심에 서며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은 기업도 있었다. 하나하나가 지구촌의 현재 모습과 안고 있는 모순, 그리고 변화의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메트로신문은 다가오는 2016년을 준비하기 위해 올해 지구촌을 달궜던 글로벌기업 10곳을 골라 되돌아본다.

"아마존을 직접 체험하라." 뉴욕타임스의 '혹독한 직장' 비판으로 기업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아마존은 일하는 현장을 직접 고객들이 체험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다. 사진=아마존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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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2일(이하 미국시간) 미국 최대 유통공룡 아마존은 직원들에게 깜짝선물을 건넸다. 아버지가 되는 직원들에게 최초로 유급 육아휴직(6주)을 허용했다. 엄마들에게는 총 20주의 유급 출산휴가를 선물했다. 월급 직원은 물론이고 시급을 받는 직원들까지 전 직원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선물이다.

이날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 중 유독 뉴욕타임스(NYT)는 까칠했다. NYT는 아마존의 선물에 대해 "예측할 수 없는 것"이라며 "(사람을) 놀라게 하는 게 자랑거리"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혹한 일터라고 아마존을 비판했던 NYT 기사가 이번 조치로 이어졌는지 묻자 아마존의 대변인은 (이번 발표 내용을 담은) 성명서의 한줄을 가리켰다"고 했다. 성명서 중 "아마존은 매년 직원 복지 프로그램을 검토한다. (이미) 올해 초부터 휴가 정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고 적힌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NYT의 비판을 수용한 것이지만 아마존은 NYT를 애써 무시했다. 세계적인 유력 언론인 NYT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2015년 달라지고 있는 지구촌의 한 단면이다.

NYT는 지난 8월 17일 '아마존의 내부 : 가혹한 일터에서 큰 아이디어와 씨름하기'라는 제하로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6개월 동안 아마존의 전·현직 직원을 인터뷰해 작성한 탐사보도기사였다. 기사에서 폭로된 아마존의 내부 실상은 '가혹할 정도로 비인간적인 직장'이었다.

아마존에서 일했던 한 여성은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병구완하기 위해 야근과 주말 근무를 못하게 되자 상사로부터 '문제사원'으로 찍혀 퇴사하게 됐다고 NYT에 고발했다. 쌍둥이를 유산한 여성은 수술 다음날 곧바로 출장을 떠나야 했다고 고발했다. 상사의 호된 질책에 못 이겨 우는 직원의 모습이 아마존의 일상사라는 내용이 기사에 담기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언론이 이런 식의 폭로기사를 내보내면 상대방은 직접 해당 언론에 반론을 요구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아마존의 대응은 달랐다. 이로 인해 기업과 언론 간 유례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두달 뒤인 10월 19일 아마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이었던 제이 카니 전 백악관 대변인을 동원해 반격을 가했다. 카니는 지난 2월 홍보 책임자로 아마존에 합류한 상태였다. 클라우드 컴퓨팅서비스, 방송 제작 등 사업 다각화에 필요한 의회 로비를 위한 영입이었다. 하지만 카니는 NYT와의 싸움에서 먼저 진가를 발휘했다. 타임 기자 출신의 정통파였지만 그는 NYT 지면을 전장으로 활용하지 않았다. 또 아마존의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가 2013년 인수했던 워싱턴포스트(WP)를 선택하지도 않았다. 카니는 제3의 공간인 블로그 사이트를 선택했다.

카니는 '미디엄'에 'NYT가 말해주지 않은 것'이란 제하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기사 자체가 아마존에 나쁜 감정을 가진 전직 직원의 입에서 나온 얘기"라며 "부정행위로 해고된 인물의 말을 인용하면서 부정행위에 대한 이야기는 빼버려 독자들에게 그릇된 정보를 전달했다"고 NYT를 비판했다. 또 "기자들이 아마존을 취재하면서 부정적인 기사를 쓴다고 언질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취재원을 속였다"고 했다.

NYT도 대응에 나섰다. 기사를 통해 카니의 글을 비판했다. 하지만 언론 스스로 당사자가 되자 그다지 파급력은 없었다. 유력언론이란 이름값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제대로 된 파급력은 카니의 글이 올라온 '미디엄'에 NYT 국장인 댄 베케이가 올린 글에서 나왔다. 베케이는 "기사가 나간 뒤 NYT 사이트에는 6000개가량의 댓글이 달렸다"며 "대부분 아마존에서의 경험이 기사에 묘사된 것과 비슷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이례적인 양자 간의 전쟁은 아직 결말이 나지 않았다. NYT는 이후 아마존이 오프라인 유통공룡인 월마트를 시가총액에서 눌렀다는 소식을 전하면서도 잽을 날리며 아마존의 아픈 곳을 찔렀다. 베조스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의 CEO 100인 평가에서 지난해 1위에서 87위로 추락했다는 내용이다. NYT 기사의 영향이었다.

아마존이 적극적인 고용 확대 정책을 펴고, 깜짝 놀랄 휴가 정책까지 내놓은 것도 NYT 기사의 영향이었다. 하지만 NYT가 두려워서가 아니다. 아마존이 여론 조작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마존이 전쟁에서 승리할 경우 기업과 언론 간 균형점은 오랜세월 머물렀던 지점에서 멀리 이동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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