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이하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 잔액이 2017년까지 10조원 이상 감축된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투자업계는 H지수 ELS 발행 잔액을 줄이는 내용을 담은 '자율규제안'을 마련해 곧 시행할 예정이다.
규제안이 시행되면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새로 H지수 ELS를 전달 상환액의 범위 내에서 발행할 수 있다. 내년 2분기부터는 전분기 상환액의 90% 수준까지만 H지수 ELS를 발행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규제안에 따라 발행 잔액이 현재의 36조5000억원 수준에서 2017년까지 25조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9월 말 기준 ELS와 DLS(파생결합증권)의 발행 잔액은 총 96조3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한 상품의 비중은 37.9%다.
당국은 변동성이 큰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LS의 비중이 지나치게 커져 투자자와 금융 시장에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업계에 '자율규제안' 마련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실제로 최근 ELS 시장은 H지수 급락에 따라 조기 상환에 대부분 실패했다.
H지수는 지난 5월26일 14962.74까지 올랐다가 넉 달 사이 40% 가까이 폭락해 9월4일 9058.54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10300대까지 올라 낙폭을 다소 만회했다.
10월 ELS 조기 상환액은 5259억원으로 올해 들어 처음으로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조기 상환된 돈이 다시 신규 ELS로 유입되는 순환 고리가 끊어지면서 10월 신규 ELS 발행액도 2조4555억원으로 올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ELS 발행이 활발하던 3월 발행액 10조2978억원의 4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H지수가 이미 바닥을 찍을 때 나온 당국의 규제가 불합리하다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국이 투자자들의 위험을 우려하면서 뒤늦게 H지수 ELS 관리에 나섰지만 오히려 낮은 지수대에서 안전하게 H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ELS에 투자할 기회를 빼앗겼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조치는 자율을 가장한 타율규제로 개별 상품에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