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성현기자] 제조·유통 명가로 대한민국 재계 5위 그룹 롯데(회장 신동빈·사진)가 석유화학·관광 기업으로 변모할 준비를 마쳤다. 일본 재계에서도 롯데의 경영권이 안정되면 신 회장의 본격적인 금융사업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신격호(94) 총괄회장이 1967년 4월 롯데제과를 설립한 후 약 50년만에 롯데가 새옷을 갈아입게 되는 셈이다.
◆3조원대 화학계열사 인수 '빅딜'
롯데그룹은 지난달 30일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에 대한 인수계약(삼성 BP 지분 49% 포함)을 체결했다. 3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양수도 계약으로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M&A 사례다.
신 회장이 직접 제안한 이번 '빅딜'로 롯데는 규모의 경제 실현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품 수직계열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가 가능하게 됐다. 또 석유화학에 이어 정밀화학 분야에 새롭게 진출함으로 종합화학회사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롯데그룹 석유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액은 14조9000억원으로 이번에 인수하는 삼성그룹의 3개 화학 계열사 매출 4조3000억원을 합치면 그룹 내 화학분야 매출만 20조원에 육박한다.
삼성 SDI 케미칼 사업부문은 전자 및 자동차 부품소재인 고부가합성수지(ABS) 부분에서 생산능력 국내 2위, 세계 6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또 삼성 SDI 케미칼 사업부문은 고충격, 고강성 내외장제로 사용되는 PC부분 국내 1위, 인조 대리석 부분 국내 1위 등 높은 경쟁력을 갖췄다. 삼성정밀화학은 건축, 산업, 섬유, 의학 부분 등에 사용되는 염소·셀룰로오스 계열 정밀 화학 제품군의 기술경쟁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다만 현재 중국·인도 등이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하면서 관련시장에서 국내 수출이 다소 감소하는 것은 신 회장이 극복해야할 과제다.
업계관계자는 "롯데의 석유화학 사업 확장은 한계에 다다른 유통업 위주의 롯데를 한층 더 발전시킬 것"이라며 "다만 신 회장이 일본의 기술과 중국의 생산성을 넘는 새로운 전략을 내놓지 않는다면 삼성만 득을 본 거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1300만명 직접 관광객 유치
롯데그룹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완공에 따른 관광사업에도 속도를 낸다.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세계적인 랜드마크로 롯데월드타워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것이 롯데의 목표다.
이를 위해 롯데는 잠실 석촌호수에 국내 최대 규모인 123m 높이의 대형 하모니 음악분수를 조성 중이다. 또 ▲세계 최고층(123층, 지상 500미터)을 자랑하는 전망대 ▲국내 최초의 빈야드 클래식 전용홀 ▲세계 최대 스크링의 '아시아시네마 멀티플렉스' ▲국내 최장(85m) 수중터널 아쿠아리움 ▲높이 414m의 6성급 호텔, 세계 최대 실내테마파크 롯데월드어드벤처 등을 연계한 관광허브 조성을 진행 중이다.
롯데월드복합단지가 완성되면 연간 1300만의 관광객이 직접 유치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11년 12월 롯데몰 김포공항점을 연면적 31만4000㎡의 복합쇼핑몰을 선보였으며 지난해 11월 롯데몰 수원점, 12월 롯데몰 동부산점을 각각 오픈하며 본격적인 '복합쇼핑몰' 진출에 나서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지역에 복합쇼핑몰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향후 롯데몰 상암, 롯데몰 은평, 파주 세븐페스타, 오산 펜타빌리지, 의왕 백운 지식문화밸리, 인천터미널 복합단지, 롯데몰 송도 등이 2017년까지 오픈 예정"이라고 전했다.
◆신회장 금융업 진출 카드도 만지작
화학과 금융 다음으로 롯데가 진출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은 금융업이다.
일본 재계는 이번 신 씨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안정되면 신 회장이 금융업 확장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일본 명문 아오야마카쿠인대학교 경제학부를 졸업하고 콜롬비아대학교 대학원 경영학석사 과정(MBA)과정을 거쳤다. 이 후 일본 노무라 증권 런던지점에서 근무하며 전형적인 뱅커의 길을 시작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현재 롯데의 지주사 일본 롯데홀딩스에 신 회장과 공동대표로 있는 츠쿠다 다카유키는 스미토모(住友)은행(현재 미쓰이 스미토모은행) 출신으로 오사카 로열호텔 대표이사 당시 신 총괄회장이 직접 헤드헌팅한 인물이다. 역시 뱅커 출신이다.
일본 롯데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신 회장과 츠쿠다 대표는 예전부터 금융업 진출에 대해 여러차례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신격호 총괄회장과 의견차이가 금융업 확대에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이번 경영권 싸움이 끝난다면 신 회장과 츠쿠다 대표가 손잡고 한·일 합작 금융기업을 설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신 회장이 일부 기자들에게 금융업에 대한 포부를 언급한 것도 금융업 확대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재 롯데그룹 내 금융계열사는 롯데캐피탈,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이 있다.
이에 대해 롯데관계자는 "아직 금융업 확장 계획은 나온것이 없다"며 "당분간은 화학, 관광사업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신 회장은 롯데손해보험을 통해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금융업 확장을 시도했었으나 LIG노조 측의 반대로 인해 무산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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