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은행이 가입자에 대한 본인 확인 없이 제3자에게 정기예금을 지급한 경우 이를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결정이 나왔다.
10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한 장학재단 사무국장의 재단 정기예금 무단인출을 막지 못한 시중은행에 무단인출된 예금액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고 이같이 밝혔다.
그간 일부 은행에서는 예금 인출에 필요한 일부 정보와 일치할 경우 추가 정보 확인 없이 예금주가 아닌 제3자에게 예금을 지급해 관련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2010년 5월 A장학회의 사무국장 B씨는 이자를 출금하겠다며 예금주인 장학회 대표 등 3명을 속여 출금전표에 도장을 받은 뒤 C은행 창구를 찾아갔다.
은행 창구에서 출금전표의 도장과 비밀번호로 정기예금 3억6000여만원을 해지한 B씨는 미리 개설한 보통예금 계좌로 돈을 이체한 뒤 현금카드를 이용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이에 분쟁조정위는 은행이 B씨가 정당한 대리인인지 확인 없이 정기예금을 지급했다면 정기예금 인출 권한이 없는 자에 대해 변제한 것으로 무효라고 판단, 지난 9월 8일 제3자에게 지급한 정기예금을 예금주에게 다시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분쟁조정위는 일정 기간 고이율이 보장되는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은행은 예금주가 아닌 자가 정기예금을 해지할 때 인출 권한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은행이 예금주의 위임장을 확인하지 않고 출금전표의 도장만으로 정기예금을 해지할 수 있게 했으므로 해지 자체가 무효에 해당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과 장학회가 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여 은행 측이 무단 인출된 예금을 이미 돌려준 상태"라고 전했다.
분쟁조정위의 결정은 법원의 화해권고와 같은 성격이어서 당사자가 결정을 받아들이면 별도 소송으로 진행되지 않고 분쟁이 종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소비자들도 권한이 없는 제3자가 임의로 예금을 해지하고 인출하는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며 "통장·비밀번호·도장·신분증 등에 대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