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무더기 구조조정 대상…전년比 40% 증가
유암코, 이달 중 구조조정 대상기업 1호 선정 예정
[메트로신문 김보배기자] 175개 중소기업이 채권은행 주도의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올해 중소기업은 경기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등에 지난해보다 40%나 증가했다. 다음 달에는 대기업 수시 신용위험평가가 끝남에 따라 대기업의 과다부채 문제도 수면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들어 강도 높은 부실기업 가리기에 나섰다. 이달 중에는 기업구조조정 전문회사인 유암코의 구조조정 추진기업 1호 선정이 예정돼 있다.
수년간 돈을 벌어 이자도 못 갚는 이른바 '좀비기업'을 방치했다가는 오는 12월 미국 금리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이들 좀비기업이 무더기로 쓰러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조치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해 좀비기업을 솎아낼 경우 효과는 단기간에 그치고 더 큰 경제위기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좀비기업이 조선·해운·건설·철강·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에 집중돼 있어 과도한 규제가 기간산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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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가계 부채보다 기업 부채의 심각성이 크다고 지적하면서 좀비기업에 대해 하루빨리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구조조정 대상 C~D등급 175개사
11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2015년도 중소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통해 부채가 500억원 미만인 1만7594개 중소기업 가운데 재무구조가 취약한 193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신용위험도는 A~D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이중 C~D등급은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 구조조정 대상 기업으로 분류된다.
올해 워크아웃 대상인 C등급을 받은 기업은 70곳, 법정관리 신청대상인 D등급을 받은 기업은 105곳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곳, 34곳이 증가했다.
조성목 금감원 선임국장은 "경기침체 지속에 따른 기업의 경영실적 악화로 평가대상 기업이 지난해보다 20% 늘었다"며 "채권은행들이 선제적인 기업구조조정 추진을 위해 엄격한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구조조정 대상이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대상 중소기업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105개사로 전년 대비 29개사가 증가했다. 비제조업은 70개로 지난해에 비해 21개사가 늘었다.
제조업은 전반적인 업황부진으로 전자부품(19개), 기계 및 장비(14개), 자동차(12개), 식료품(10개) 등이 큰 폭으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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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제조업은 해운경기 부진 및 장기간 내수경기 침체 등으로 운수업(9개), 도소매업(14개), 부동산업(13개), 오락 및 레저서비스업(8개) 등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 '제한적'
올해 중소기업 구조조정 대상기업은 늘었지만 금융당국은 은행권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충당금 증가에 따른 은행권의 국제결제은행(BIS)비율 하락폭은 6월말 기준 14.09%에서 0.03%p에 그칠 것이란 설명이다.
금융권이 구조조정 대상 175개 기업에 빌려준 전체 신용공여액은 9월말 기준 총 2조2204억원 규모다. 이들 기업 구조조정에 추진에 따라 은행권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은 4504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필요한 충당금은 7524억원이지만 9월말 현재 3020억원이 쌓여있어 나머지만 더 적립하면 된다.
금감원은 C등급 기업에 대해서는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금융지원 및 자구계획 이행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D등급은 추가적인 금융지원 없이 자체적인 정상화를 추진하도록 하거나 기업회생절차를 가동해 신속히 정리할 방침을 세웠다.
C등급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거나 자구계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신규 여신을 중단하고 만기도래 여신을 회수하는 등 관리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조 선임국장은 "해당 기업의 원활한 구조조정 추진과 영업활동 등을 감안해 업체명을 밝히는 것은 무리"라며 "추후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업무 실태에 대한 현장점검을 진행해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진행했는지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