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사회학, 통신공학(석사)을 공부했다. 한국정보통신(주)팀장, 현대그룹 그룹홍보실 부장, 오리온 홍보실 실장 역임.
언론사에 계시는 선배가 술자리에서 한말이다. "롯데하면 껌, 과자, 백화점, 부산갈매기, 짠 월급" 그리고 뭐가 더 있는 줄 알아? 라고 물어왔다. 내가 대답을 못하자. "기사 써도 반응이 없고 손목만 아파"라며 피식 웃었다.
잘 아는 롯데 임원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누가 그런 소릴 하냐"며 언짢아했다. 호남석유화학(현재 롯데케미칼)도 있다며 내게 큰소리를 친다. 하지만 5대그룹 치고는 제조업이 너무 빈약하다. 그 선배 말대로 롯데 그룹의 주력은 롯데제과, 호텔, 임대,유통업 이었다.
재벌닷컴이 조사한 10대 그룹 (2014 회계연도) 임원 평균 보수를 보면 롯데그룹 직원 평균 급여는 3731만원으로 9위 한진그룹 뒤다. 꼴찌다. 9위 한진그룹 5764만원과 비교해도 격차가 크다. 또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직원의 평균급여 7564만원의 절반수준이다.
[b]◆신동빈스타일의 롯데를 만들고 있다. [/b]
제조업과는 거리가 먼 롯데가 경천동지할 일들을 벌이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빅딜에서 삼성의 화학계열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삼성SDI의 케미칼 사업부문과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지분 포함)을 3조원대에 샀다.
롯데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액은 14조9000억원이다. 삼성화학부문의 매출 4조3000억원을 합치면 20조원에 근접한다. 이제 롯데그룹 매출에서 제조부문(화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25%다.
롯데케미칼은 미쓰비시 석유화학으로부터 폴리에스텔른 공정을 도입했다.
반찬용기 회사가 이걸 가져다 온갖 제품을 만든다. 그 외 PVC 케이블 등을 만드는 재료를 만들어 왔다. 한마디로 일반 프라스틱 소재를 만들어 왔다. 이번 빅딜로 롯데의 화학은 전자 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넓혀지게 됐다. 유통, 과자 산업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던 롯데케미칼이 그룹 주력회사로 자리잡게 됐다. 또 국가기간산업(Key Industry)을 본격적으로 손을 댔다는 의미도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롯데케미칼과 삼성정밀화학의 인수·합병(M&A)을 알리면서 고용보장을 약속했다. 삼성계열 화학회사 임직원은 총수에 대한 지지로 응답했다.
세간에는 신 회장이 한국 노사문화(중후장대한 장치산업)에 대한 이해가 모자라 삼성화학 임직원의 거센 반발을 받을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신 회장은 보란 듯이 상황을 반전시켰다.
[b]◆신동빈 회장의 결단은 [/b]
지난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부회장과의 빅딜로 삼성테크윈·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삼성탈레스를 사들였을 때 삼성 직원들의 거센 반발과 비교가 된다. 유통업도 수출 효자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걸 신동빈 회장은 보여주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다. 필자가 베트남 호치민을 가보니 롯데마트가 고전을 하고 있었다. 이유를 몇 사람에게 물었다. "길목이 좋은 곳에 롯데가 마트를 내려 해도 온갖 투서와 법적시비를 걸어와 쉽지가 않다"는 얘기를 들었다. 물론 현지화의 초기 단계에서 늘 겪는 일이다. 롯데 현지직원은 " 신동빈 회장이 그룹에 본격적으로 관여한 뒤부터 해외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고, 단기간의 성과보다 미래를 보고 투자를 하고 있다고"귀띔 했다. 껌,과자, 유통업, 임대사업이 주류이지만 신 회장은 유통업도 해외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전략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신격호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룹을 물러 받으며 타 그룹이 그랬던 것처럼 형제 간 재산전쟁을 했다. 아직도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 불씨가 꺼지진 않았다. 규모는 작지만 2013년 카자흐스탄 제과업체 '라하트'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롯데의 커피전문점 '엔젤리너스'가 카자흐스탄 아스타나 그룹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했다.
[b] ■ 신동빈 회장의 남은 과제 [/b]
얼마 전 회계사 친구에게 롯데 순환출자표를 보여주고 설명을 부탁했다.
그 친구가 내게 한말이다. " 미적분 수학문제를 보는 듯 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신 회장은 언론의 지적을 받아온 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정리하기 위해 별도 조직을 만들었다고 한다. 또 스스로도 금융권에서 700억원의 대출을 받아 지분을 정리하는데 보태기로 했다고 한다. 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 회장과의 법정 소송문제도 남아있다. 또 그룹의 상징과도 같은 면세점 사업권을 지켜내야 하는 부담도 있다.
롯데호텔 매출의 80%가 면세점에서 발생한다. 얼마전 신동빈 회장은 비전을 발표하면서 면세점 사업을 세계최고로 키우겠다고 했다. 그가 유연한 롯데를 만들겠다고 말했듯이 일하는 방식과 조직운영의 틀을 어떻게 가져갈지도 숙제다.
신동빈 회장은 기존의 롯데 신격호 회장의 은둔·신비주의적 경영과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힘차고 활력이 넘친다. 재계와 국민은 대한민국 5대 재벌 롯데의 새로운 변화를 반기며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