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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의 딴생각] 파리여, 겁먹지 마라

송병형 글로벌뉴스부장직대



파리 테러가 있기 60여 년 전 윌리엄 골딩은 '파리대왕'을 통해 '야만과 문명' 사이의 싸움을 그렸다. 파리떼가 달라붙은 돼지 머리뼈가 악마 파리대왕(벨제부브)으로 군림하는 작은 섬. 이곳에서 승자는 잭이었다. 잭은 폭력과 공포로 섬에 표류된 소년들을 장악한다. 이성과 문명의 대변자인 랄프는 잭 패거리에게 살해 위협을 받는다. 쫓기던 랄프는 살해 직전 영국 군인들에게 구조된다. 최종 승자는 랄프였다. 잭 패거리는 군인들을 만나자 광기어린 놀이를 끝내고 울음을 터트린다.

소설 파리대왕에는 13일의 금요일 밤, 유럽의 중심도시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의 본질과 교훈이 담겨있다. 2차대전의 참상과 냉전의 공포를 겪은 작가의 체험이 녹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골딩의 메시지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면 문명은 야만과의 싸움에서 지게 된다는 것이다.

바타클랑 극장에서 테러리스트의 총구를 피해 구사일생한 시민들은 "지옥"을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지옥의 공포에 굴복하지 않았다. 극장에서 살아남은 파리 시민 샤를은 언론에 "공포에 굴복하지 않겠다. 그놈들은 엿이나 먹어라. 나는 다음 주 화요일에도 공연에 갈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시민들은 "나는 겁먹지 않아(Je n'ai pas peur)", 또는 "우리는 겁먹지 않아(Nous n'avons pas peur)"라고 외쳤다. 이들도 테러리스트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말은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파리를 비롯해 프랑스 사회가 이슬람 전체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드러낸다면 '겁 먹은'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올해 초 샤를리 엡도 테러부터 시작해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 의한 테러가 끊이질 않았다. 이번 금요일 밤의 테러는 그 정점에 있다. 프랑스 시민들이 충분히 겁먹을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겨내야 한다.

그것은 이웃 국가들이 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의 자유로운 삶이 테러보다 강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용기를 갖고 우리의 가치를 삶 속에서 지켜냄으로써 테러리스트들에게 답하자"고 말했다.

프랑스도 독일도 반이슬람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파리 시민들이 테러의 공포에 굴복하면 '이슬람에 대한 증오'가 퍼져 나가고 유럽 각국에 퍼져 있는 무슬림의 저항이 시작될 게 뻔하다. 유럽의 팔레스타인화이다. 유럽은 이슬람을 두고 강온으로 양분될 것이다. 테러를 저지른 이슬람국가(IS)가 노리는 것이다. 19세기말 파리 시민들이 '드레퓌스 사건'을 통해 익히 겪은 일이다. 유대인이 대상이란 점만 다를 뿐이다.

여기에서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이슬람에 대한 증오는 유색인종을 대상으로 번져갈 공산이 크다.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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