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마지노선은 소득의 3분의 1
베를린시는 시내 곳곳의 주거지역에 질 높은 공공 임대주택을 짓고 있다. 사진=베를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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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주거 안정은 세계 모든 대도시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특히 대도시 저소득층에게는 절실한 문제다. 이들은 주택 임대료가 매년 오를 때마다 조금씩 도시 외곽으로 밀려난다. 하지만 직장은 도심에 남아 있으니 출·퇴근길은 더 멀어지고 고단해진다. 대도시 자체로도 교통문제가 심각해진다. 요즘에는 싱글 세대가 늘어나면서 주거 문제는 대도시의 가장 큰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연히 대도시마다, 나라마다 해법을 강구하고 있다.
최근 베를린시는 저소득층의 소득에 따라 공공주택 임대료를 정하기로 입법화했다. 이에 따라 임대료는 내년 1월 1일부터 소득의 3분의 1을 넘을 수 없다. 사업자가 정부로부터 받는 보조금이 줄면서 지난해 공공 임대료는 민간 임대료보다 높아졌다. 민간은 1㎡당 5.84유로(7336원), 공공은 5.91유로(7424원)다.
공공주택에 혼자 사는 경우 50㎡(15평) 이내에서 새로운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50㎡라면 한 달 임대료 시세는 295.5유로(약 37만 원), 1년이면 3546유로(약 445만 원)이다. 1년 수익이 1200만 원가량되는 저소득층이라면 400만 원 이상은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베를린시는 혜택이 적용되는 연간 최대 수입 규모를 싱글 세대의 경우 1만6800유로(약 2100만 원)로 정했다. 더 고급의 공공주택을 임대해 살더라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신혼부부라면 연간 수입 2만5200유로(약 3100만 원) 내에서 65㎡(20평)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베를린시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전체 세대의 54%가 싱글 세대다.
베를린시는 약 350만의 인구 중 85%인 300만 명가량이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지난해 민간과 공공의 임대료 평균 시세가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법의 영향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공공 임대주택의 질이 높고 공급만 충분하다면 저소득층이 민간 임대주택을 찾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베를린시는 '하우징 프로젝트'를 추진, 시내 주거지역마다 질 높은 공공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있다. 무려 12만5000가구에 달한다. 여기에 사업자가 운영하는 공공 임대주택을 현재의 28만 가구에서 향후 40만 가구로 늘리기로 이번 입법 과정에서 명문화했다. 이 중 55%는 저소득층에 제공할 방침이다.
베를린시는 시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의 목표는 사회적으로 융합된 도시"라고 천명했다. 저소득층을 도시 밖으로 쫓아내지 않고 도심에서 부유한 이웃들과 함께 살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서울시의 주거 해법은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 저소득층을 위한 '서울리츠'가 대표적이다. 중앙정부의 대책은 중산층을 위한 '뉴스테이', 서울리츠와 대상이 겹치는 '행복주택'이 대표적이다. 방식이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목표는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추고 임대료 상승률을 제한하면서 장기주거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대략 임대료는 시세의 80% 수준,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내다.
서울시와 중앙정부의 해법은 공급을 늘릴수록 혜택을 받는 대상이 늘어나게 된다. 따라서 수요만큼 공급을 맞출 수 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다. 다만 당국이 열심히 해도 사각지대는 남게 된다. 사각지대 자체를 없애는 베를린시와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다. 미국의 경제전문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베를린시의 해법을 두고 "세계에 주거 문제 해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