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은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앱을 통해 '위비 직장인·공무원 모바일 대출'(왼쪽)을 선보이고 KB국민은행은 고객이 상품구조를 직접 설계할 수 있는 DIY형 스마트폰·인터넷 전용 상품인 'KB내맘대로적금'을 선보이는 등 시중은행이 비대면 채널에 특화된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우리은행·국민은행 제공
계좌이동제·인터넷전문은행·ISA, 내년 본격 출격
각 은행, 특화·맞춤형 서비스 등…적자생존 '모색'
금융권은 현재 계좌이동제·인터넷전문은행·개인종합관리계좌(ISA) 등 '3종세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계좌이동제를 시작으로 금융권에 찾아온 변화의 바람은 내년까지 이어지며 금융업권의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은행들은 무한경쟁 시대를 예감하고 자구책 마련에 고심하며 벌써부터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은행의 3·4분기 순이익은 총 1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7% 감소했다. 기준금리 하락에 따른 예대마진 축소로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역대 최저 수준인 1.56%로 하락한 영향이 컸다.
문제는 앞으로다. 내년 초 3차 계좌이동제가 시작되면 온라인에서 계좌 신규개설 뿐만 아니라 원스톱으로 기존 계좌를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또 중금리 대출시장을 선도할 인터넷전문은행, '만능통장' ISA 등도 내년 상반기 중 금융시장에 등장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은행권 경쟁심화로 이어져 경영여건에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형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국내 은행 순이익을 6조4000억원으로 예상하면서 내년에는 이보다 12.5% 줄어든 5조6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자이익은 소폭 증가하는데 반해 대손비용은 크게 늘어 순이익이 올해 수준에서 횡보할 것이란 설명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한계기업 구조조정 등을 위해 시중은행에 사전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는 것도 은행권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중은행, 인터넷·모바일은행 선봬
저금리와 저성장 국면에서 찾아온 변화에 대비해 은행들은 나름의 생존전략을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기존의 점포 중심이던 영업방식이 핀테크(FinTech, 금융+정보기술) 활성화에 따라 비대면 채널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모바일전문은행 시장을 선점하려는 은행권 다툼이 치열하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2월 핀테크사업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이어 KT와 합작한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뛰어 들었다. 우리은행은 통신회사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되, 비용은 낮춰 현재보다 낮은 금리로 중금리 대출시장을 공략하겠단 전략이다.
우리은행은 또 지난 5월 모바일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은행권 최초로 선보이고 범용 중금리 신용대출, SOHO 대출, 직장인·공무원 대출 등 다양한 직업군에 대한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는 해외 시장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주목받고 있다.
지난 9월 캄보디아에서 선보인 '위비뱅크 캄보디아'는 모바일 대출서비스를 해외 동남아시장에 처음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의 높은 모바일 보급률과 SNS 사용률을 감안해 현지 시장 최초로 모바일 상담 프로세스를 구현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본점의 경쟁력 있는 상품을 현지로 확산하고 부동산 담보대출, 할부금융, 우량고객 신용대출, 신용카드 등 신규 비즈니스 도입, 비대면 채널활성화를 통해 리테일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에 직접 참여한 곳은 우리은행을 비롯해 KB국민은행(카카오뱅크 컨소시엄)과 IBK기업은행(I-뱅크) 등으로 다음 달 중 예비인가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인터넷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은 핀테크 업체와 손잡고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했다.
◆계좌이동제·ISA 대비 고객 쟁탈전
시중은행이 가장 열띤 경쟁을 벌이는 분야는 계좌이동제에 따른 이탈고객을 막기 위한 '주거래 특화상품'이다.
저금리 기조로 NIM이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월급통장이나 요구불 예금과 같은 '저원가성 예금'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저원가성 예금' 이자는 연 0.1%로 정기예금(연 2% 안팎)보다 낮으면서 각종 자동이체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은행의 알짜배기 상품이기 때문이다.
반면 내년 도입을 위해 관계부처에서 막바지 논의 중인 ISA에 대해선 은행 간 조용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종사자들은 ISA도입에 따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권 간 경계가 무색해질 것에 공감하며 '충성고객'을 모시기 위한 눈치싸움에 한창이다.
KB국민은행은 내년 비대면 채널 활성화에 대비해 고객을 직접 찾아 나서는 전통적인 마케팅방식인 '아웃바운드마케팅' 강화에 몰두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아웃바운드마케팅 부대 SBM(SOHO/SME Biz Manager)은 현장에서 여신 및 자금 상담, 재무·경영전반에 대한 기업가치 향상방안, 세무·부동산을 포함한 자산관리 컨설팅 등 토탈 금융서비스를 수행하는 기업마케팅 전문가 그룹이다. 올해 3월부터 약 2100여개 이상의 기업에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웃바운드마케팅 부대는 기업고객의 금융비서 역할을 수행함은 물론 소중한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의 새로운 채널이 될 것"이라며 "시·공간 제약이 없는 고품질 금융서비스로 은행과 고객의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비대면에 맞도록 차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