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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매리어트가 스타우드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호텔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매리어트는 전 세계 110만 개 이상의 객실을 가진 호텔업계의 초강자로 우뚝 섰다. 매리어트는 비밀리에 인수작전을 벌여 인수전 참여 사실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매리어트가 16일(현지시간) 아침 인수 사실을 밝히자 미국 월가의 투자자들과 전문가들 모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14조 원에 인수…대부분 주식으로 제공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매리어트는 122억 달러(약 14조 3000억 원)에 스타우드를 인수했다. 스타우드 주식 1주당 72달러 8센트를 지불한 결과다. 매리어트는 인수대금의 대부분을 주식으로 주고 2.8%만 현금으로 갚는다. 주식으로 치른 금액은 119억 달러가량이다.
스타우드의 주주들은 합병된 회사의 주식 37% 보유하게 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매리어트의 주식이 인수전 승리의 원인이라고 전했다. 하얏트가 매리어트와 비슷한 인수 조건을 제시했지만 스타우드 이사회가 매리어트 주식의 가치를 더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2007년에 이은 호텔업계 두번째 지각변동
이번 인수로 글로벌 호텔업계는 2007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지각변동을 맞았다. 2007년 미국의 대표적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은 힐튼을 260억 달러에 인수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47달러 50센트였다. 주당 인수가격은 이번 인수보다 낮지만 전체 인수액 규모는 훨씬 컸다. 당시 힐튼은 블랙스톤에 인수되면서 일약 업계 1위로 올라섰다. 블랙스톤이 가지고 있던 트리아농 팰리스 등의 호텔 체인이 합쳐진 결과다. 이전까지 호텔업계 1위는 영국의 인터콘티넨탈이었다.
8년만에 일어난 대규모 인수로 매리어트는 인터콘티넨탈은 물론이고 힐튼까지 제치게 됐다.
◆2위 힐튼보다 객실 40만 개 더 많아
스타우드는 웨스틴, 더 W, 쉐라톤, 세인트 레지스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체인점의 객실 수만 35만 개 이상이다. 매리어트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한 규모다. 매리어트에 스타우드가 더해지면 전 세계에 호텔 체인점은 5500여 개이고, 객실 수는 110만 개 이상이다. 2위로 밀려나는 힐튼은 전 세계에 4400여 개의 체인점과 약 72만 개의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객실 수에서 40만 개나 차이가 난다.
◆연간 2억 달러 비용 절감 효과 기대
호텔업계에서 기록적인 인수·합병이 반복되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 때문이다. 비용을 절감하고 매출을 늘리기에 효과적이라는 이야기다. 특히 호텔업계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새로 호텔을 짓기보다는 기존의 호텔 체인을 인수할 경우 초기 투자 비용은 물론이고 복잡한 과정을 모두 생략할 수 있다. 매리어트의 최고경영자(CEO)인 아르네 소렌슨은 "성장을 위해 거래를 추진했다. 매리어트와 스타우드의 강점을 결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렌슨은 2018년에 이르면 연간 2억 달러의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에서는 매리어트의 연간 매출이 2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비밀 인수작전에 월가 '깜짝'
이번 인수전은 새로운 초강자의 탄생이라는 결과도 놀랍지만 철저한 비밀 유지도 화제가 되고 있다. 소렌슨은 방송에 나와 "다른 업체는 3달 전에 전략적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압니다만 저희는 바로 뛰어들어 기밀유지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스타우드는 매출 부진 속에 지난 2월 CEO가 물러난 이후 매각을 추진해 왔다. 이후 9개월 동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알려진 곳은 윈덤월드와이드, 인터콘티넨탈, 중국 업체 3곳, 하얏트까지 6곳이었다. 최종 가장 유력했던 곳은 하얏트라고 알려졌다. 실제 막판에 하얏트와 매리어트가 경합을 벌인 것으로 전해진다. NYT는 "주말에 뉴욕에서 두 곳(매리어트와 스타우드)의 관계자들이 만나 거래를 성사시켰다"고 보도했다.
◆미국 호텔 먹으려다 '물 먹은' 중국
미국 호텔 사냥에 나선 중국 기업들이 인수에 실패한 일도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은 국부펀드인 중국투자유한책임공사(CIC)와 중국 4위의 항공사인 하이난 항공 등을 산하에 둔 HNA그룹, 호텔 대기업인 상하이금강국제호텔그룹 등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이번 인수전에서 승리했다면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기업 사냥이었다. 게다가 이미 중국 안방보험이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최고급 명문 호텔 '월도프 아스토리아'를 인수한 뒤라 미국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중국의 경제 침략에 대한 경계였다. 중국은 이번 인수전에서 들러리만 서다 미국의 경계심만 산 꼴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