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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이슬람국가(IS)가 또 다시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를 프랑스의 파리 다음 목표로 지목하면서 미국이 초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워싱턴 D.C.는 물론이고 9·11테러를 겪은 뉴욕시까지 파리 테러와 같은 상황을 가정해 대비에 들어갔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미국도 안전하지 않다며 추가 테러를 경고하기도 했다. 미국 당국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자그마한 이상징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미국의 테러 관련 영리단체인 시테(SITE)는 16일(현지시간) IS가 동영상을 통해 워싱턴에 테러 위협을 가했다고 알렸다. 시테가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발견해 이날 공개한 동영상에는 IS 대원들로 보이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자신을 알제리 출신 알 가리브라고 소개한 한 대원은 "십자군 작전에 참여한 국가들에 신의 이름으로 말한다. 우리가 파리 중심에서 프랑스를 타격한 것처럼 너희는 신의 뜻에 따라 프랑스와 같은 날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의 중심인 파리를 공격한 것처럼 미국의 중심인 워싱턴 D.C.도 공격할 것"이라며 "이어 이탈리아 로마도 정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만간 피의 올가미, 폭발물, 자살폭탄 조끼, 소음기를 장착한 총 등을 가지고 유럽국가들로 갈 것"이라며 "우리는 훨씬 더 강해졌기 때문에 누구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유럽에 대한 추가 공격성을 언급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동영상에 등장하는 세 명의 IS 대원에 대해 "시테가 이라크,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출신이라고 신원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시테에 따르면 앞서 파리 테러 직후 IS 추종자들은 SNS를 통해 "다음 타깃은 워싱턴, 로마, 런던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파리 테러 이전에도 미국이나 유럽국가에 대한 테러 위협이 있어 왔다. 이전까지 이 같은 위협은 선전 전술의 일종으로 평가받았지만 파리 테러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이날 존 브레넌 CIA 국장은 공개석상에서 유럽국가에 대한 추가 테러 가능성과 함께 미국이 공격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브레넌 국장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 기자들과 전문가들의 질문에 답하면서 "파리 테러가 한 번에 그치는 이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IS는 명백한 어젠다를 가지고 있다. 파리 테러와 같은 공격들을 실행할 작정임이 분명하다. 며칠 동안에 끝나고 말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IS가 파리 테러를 수개월에 걸쳐서 준비했을 것이다. (테러에 동원된) 공작원들, 무기들, 폭발물, 자살벨트 등을 보면 확신할 수 있다"며 "IS가 가진 파이프라인(테러 작전 라인)에서 이번 테러가 유일한 작전은 아닐 것이다. 유럽과 다른 지역의 정보당국이 IS의 다른 테러 작전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지 유럽만이 아니라 내 생각에는 미국 또한 분명히 매우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워싱턴 D.C.와 뉴욕시 등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는 테러를 막기 위해 추가 경찰력을 배치하고 이상징후를 포착하기 위한 순찰도 강화하기 시작했다.
워싱턴 D.C.의 경우 경찰견을 동반한 경찰들이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등 주요 건물 주위를 순찰했다. 워싱턴 시민들은 자신들이 테러 대상으로 지목되자 유독 불안해 하는 모습이라고 전해진다. 당국도 긴장하고 있다. 경찰은 전날 밤 작은 소동이 일자 오전부터 오후까지 주요 도로를 폐쇄할 만큼 민감하게 반응했다.
뉴욕시는 테러 진압 특수 훈련을 받은 중무장 경찰 100명을 시내 주요 지점에 처음으로 배치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자리나 타임스 스퀘어 등 테러 가능성이 큰 지역들이다. 윌리엄 브래튼 뉴욕 경찰국장은 "이들은 이미 특수 훈련을 받았으며 파리 테러 등 다양한 테러 시나리오에 대비해 계속 훈련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시는 올해 말까지 이들 요원을 56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조만간 파리에 조사팀을 파견해 파리 테러에 사용됐던 자살폭탄 벨트 등의 위력을 조사한 뒤 대응 방법 등을 강구할 방침이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뉴욕 시민에게 "테러 위협은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현실이다. 언제 어디서나 테러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계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테러에 대한 불안감은 워싱턴과 뉴욕에 그치지 않는다. 메릴랜드 주 체스터타운의 워싱턴칼리지는 한 학생이 갑자기 총을 들고 집을 나갔다는 신고를 받자 이날 오전 일찍 홈페이지에 학교를 임시 폐쇄한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는 이날 낮 12시30분께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미확인 폭파 위협을 받았다"며 4개 빌딩에 있는 교직원과 학생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이 소동은 경찰의 정밀 조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확인되고서야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