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잃어버린 20년'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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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요 20개국 (G-20)정상회의에 이어 18일 필리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도 참석했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긴장 관계에 있지만 더욱 중요한 관심사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경제다. 이날 인민일보는 시 주석에게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 구상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서 성과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두 가지는 국내 투자 과잉을 해소하는 데 중요하다. 앞서 시 주석은 G-20에서 중국 경제의 구조 개혁 의지를 널리 알렸다.
중국이 이처럼 국내 투자 과잉과 경제 구조 개혁을 중시하는 것은 중국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는 이달 초 프랑스의 유력 투자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이 내놓은 보고서 내용이 대표적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SG는 보고서에서 차트상 중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이전에 겪은 모습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경고했다. SG는 네 가지 측면을 지적했다. 대규모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 경제 성장기에 인프라 투자 확대로 투자 비중이 증가했다는 점, 부동산 버블의 위험이 있다는 점, 주식시장 붕괴 위험이 있다는 점 등이다.
◆대규모 부채…부실채권 위험
대규모 부채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일본은 1980년대 회사채가 급증하기 시작해 1990년대 초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섰다. 이 과정에서 그림자 금융이 늘어나 버블 붕괴 이후 대규모 부실채권(NPL)으로 이어졌다.
중국은 2008년 이후 회사채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2014년에 GDP의 185%에 도달했다. 가계와 정부까지 포함한 총 부채는 GDP의 230%에 이른다. 그림자 금융의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중국도 일본처럼 은행 중심의 경제라 위험성은 더 크다. SG는 생산적인 활동을 위한 신규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라도 중국이 NPL을 줄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지나치게 높은 투자 비중
투자 비중에서 중국이 일본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일본의 1950~1960년대는 평균 10%의 고속성장기였다. 이때 고정자산투자 비중이 크게 증가했다. 최고 GDP의 36%에 도달하기도 했다. 중국은 이보다 더 높다. 중국의 현재 고정자산투자 비중은 GDP의 46%에 달한다. SG는 이에 대해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를 소비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현재 소비경제로 전환 중이다. 과거 투자와 수출 위주의 초고속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내수에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신창타이(新常態)다. 하지만 SG는 중국이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렵다고 봤다. 고정자산투자 비중이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SG는 중국 내 소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투자 하락을 상쇄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며 구조개혁에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
부동산 문제에서 가장 큰 위험은 부동산이 차입의 담보물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부동산 버블이 붕괴됐을 때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일본은 1980년대 말 상업 부동산 투자가 크게 늘어나면서 대규모 부동산 버블을 경험했다. 이후 버블이 붕괴되면서 20년 동안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 중국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 GDP의 15%를 부동산 투자가 차지하고 있다. 많은 도시가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일본과는 달리 거주형 부동산이 중심이다. 거주형 부동산의 보증금 액수가 큰 만큼 일부 완충 역할이 가능하다. 또한 중국의 도시화가 아직 진행 중이라 일본보다는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주식시장 붕괴
주식시장 붕괴는 이미 중국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은 올해 증시 파동으로 숨겨진 경제의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중국의 주식시장 규모는 증시 파동 직전 GDP의 80%였지만 파동 이후 55%까지 내려갔다. 증시에 버블이 상당했다는 의미다. 일본은 1990~1992년 사이에 증시 파동을 겪었다. 다만 일본의 경우는 중국보다 심각했다. 증시 파동 직전인 1989년 일본의 주식시장은 시가총액이 GDP의 145%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