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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가 앨러간에 먹힌다?…역사적 합병에 숨겨진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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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미국의 화이자가 아일랜드의 보톡스 전문회사인 앨러간을 인수해 세계 최대 제약회사로 거듭난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앨러간이 화이자를 인수하는 형식이 될 전망이다. 화이자가 아일랜드 회사가 되면 세금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법인 자리바꿈'이다. 인수가는 올해 들어 최대 규모이자 제약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50억 달러(약 175조 원)정도로 알려졌다. 동시에 가장 큰 규모의 '법인 자리바꿈'이다.

◆세계 최대 제약업체 탄생

2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양사의 이사회는 이날 합병을 승인했다. 공식 발표는 다음날 나올 예정이다. 최종 승인된 합병비율은 앨러간 주식 1주당 화이자 주식 11.3주다. 지난 10월28일 앨러간 주식 가격에 27%의 프리미엄을 얹어 결정한 것이다.

화이자와 앨러간의 자산 규모를 합치면 3300억 달러(약 382조 원)가 넘는다. 매출은 600억 달러가 넘는다. 세계 최대 제약회사의 탄생이다.

이번 합병으로 화이자는 매출 신장과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WSJ는 내다봤다. 또 화이자는 앨러간의 빠른 성장을 통해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앨러간은 보톡스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은 2020년까지 105억 달러 규모로 2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앨러간은 또 노화로 인한 시력감퇴와 관련한 제품 등 10종이 넘는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역시 이 시장에서도 앞으로 수년간 매출이 150억 달러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자 아일랜드 회사로 변신…법인세 5% 절감

화이자는 최근 비아그라 등 다수의 신약 특허가 만료되고 새로운 신약도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에 힘써 왔다. 하지만 이번 인수합병은 무엇보다 법인세율을 낮추기 위한 목적이 크다.

화이자는 법적으로 앨러간에 인수되는 방식을 택해 아일랜드 회사로 탈바꿈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의 자산 규모는 2180억 달러, 앨러간은 1130억 달러가량이다. 작은 회사가 더 큰 회사를 인수하는 이상한 모양새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화이자가 아일랜드에서 물게 될 법인세는 20% 정도로 현재의 미국에서 내고 있는 25%보다 낮다.

화이자가 앨러간을 인수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현재의 법인세율이 그대로 유지된다. 그렇다고 앨러간이 위치한 아일랜드의 더블린으로 법인을 옮길 수도 없다. 미국 재무부는 법인세를 낮추기 위한 법인 이동을 규제하고 있다.

이언 리드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법인세율이 지나치게 높아 외국업체와의 경쟁에서 불리하다고 불평해왔다. 이를 위해 법인세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화이자는 지난해에도 세율을 낮추고자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인수를 추진한 바 있다. 영국의 법인세율이 미국보다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스트라가 화이자의 인수조건에 만족하지 못해 결국 결렬됐다.

◆사상 최대 규모 '법인 자리바꿈'

비단 화이자만이 미국의 법인세율에 불만을 가진 것은 아니다. 미국 기업들은 상대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자국보다 법인세율이 낮은 영국, 아일랜드, 캐나다 등으로 법인을 옮기는 일이 잦았다. 미국 재무부는 세수가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9월 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등장한 것이 이번 화이자와 같은 편법 인수합병이다. 실상은 상대업체를 인수하는 것이지만 법적으로는 상대업체에 인수되는 방식이다.

톰슨로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이후 미국 기업을 상대로 한 국경 간 인수합병규모는 1560억 달러로 전년 동기(1060억 달러)에 비해 47%나 늘었다. 2012년 같은 기간(810억 달러)에 비교했을 때는 2배 가까이 된다. 인수 기업의 국적은 캐나다와 아일랜드가 가장 많았다. '법인 자리바꿈' 규제 이전에는 독일과 일본 기업의 비중이 가장 높았다. 법인세 회피를 위해 인수합병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화이자의 앨러간 인수는 이 같은 편법적인 '법인 자리바꿈' 사례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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