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은 유령도시…"벨기에, 테러 공포에 겁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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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이 23일(현지시간) 나흘째 테러경보를 최고등급으로 유지한 채 도시의 주요 기능을 폐쇄했다. 중무장한 경찰과 장갑차 등을 제외하고 거리에 인적이 끊겨 유령도시를 방불케 한다. 이를 두고 벨기에 정부가 테러 공포에 굴복한 결과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마디로 '겁 먹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는 이날 '중대하고 즉각적인' 테러 위협이 그대로 지속되고 있어 브뤼셀에 대한 테러 경보를 최고등급인 4단계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브뤼셀 지역에 대한 각종 봉쇄 조치가 24일로 나흘째에 접어들었다. 나머지 벨기에 전 지역의 테러 경보는 3단계로 유지되며 경보 변경 여부는 오는 30일 재검토된다.
테러 경보 4등급이 발령된 이후 벨기에 당국은 브뤼셀 다중 이용 시설의 출입을 봉쇄하고 있다. 지하철 운행이 중단되고 역은 폐쇄됐다. 각급 학교도 임시 휴교했고 박물관, 쇼핑몰, 극장 등이 문을 열지 않았다. 스포츠 행사와 공연도 모두 취소됐다.
유대인 관련 시설과 공공건물들은 군인들이 지키고 잇다. 브뤼셀의 유대인회당(시나고그)도 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은행을 포함한 상당수 기업이 필수 인원만 출근하게 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거나 휴가를 가도록 했다.
벨기에에는 다국적 기업과 은행 지사, 점포들이 많아 금융업 종사자만 5만명에 달하는데 대부분 브뤼셀 지역에 몰려 있다.
특히 EU 이사회는 이날로 예정된 회의와 행사 일정 중에서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만 진행하고 나머지 회의들은 '비(非)필수적 회의들'이라며 모두 취소했다. 이사회는 벨기에 정부의 행보에 맞춰 경보를 황색에서 오렌지색으로 격상했다.
EU 집행위원회는 황색경보를 유지했으나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하라고 권유해 극소수 직원만 사무실로 출근한 상태다. 집행위는 일반 국가의 행정부 격이며, 이사회는 EU 회원국 대표들의 모임체로 중요 정책을 논의 결정하는 기관이다.
이와 관련해 EU 전문매체 유랙티브는 이런 조치들에 지나친 면이 있다며 '마치 테러 위협에 굴복해 제출한 항복문서'와 같다고 비판했다. 연쇄 테러 발생 이후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온 파리와 달리 브뤼셀은 공포에 굴복한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브뤼셀이 '유령 도시'가 됐으며, EU의 수도가 마치 이슬람국가(IS)가 장악한 시리아 내의 지역처럼 황량해 보인다는 것이다.
SNS 상에서도 이러한 과잉 대응 또는 잘못된 대응을 비판하는 소리가 높다. 영국 자유민주당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을 지낸 앤드류 더프 유럽정책센터(EPC) 방문연구원은 트위터로 "아마도 '비 필수적 회의들' 취소가 브뤼셀에서 유행할 것같다"고 비꼬았다. 유랙티브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IS 테러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우리는 겁먹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