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의 새 은행…'중금리 대출 시장' 최대 격전지 예상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의 최종 티켓은 '카카오뱅크'와 'K뱅크'에 돌아갔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인터넷전문은행이 탄생할 전망이다. 무점포 영업으로 기존 은행에 비해 유리한 금리, 저렴한 수수료 등 강점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권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9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에서 '카카오뱅크'와 'K뱅크'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자로 선정했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은 우리나라에선 23년 만의 새 은행이다. 정부가 올해 초부터 '핀테크(FinTech·금융과 정보기술의 융합)' 산업 육성을 위해 가장 공을 들인 사업 분야이기도 하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 없이 언제 어디서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각종 비용절감으로 수수료·금리인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개별적으로 금융당국의 본인가 절차를 거쳐 영업개시 시기가 결정된다. 본인가 이후 6개월 내 영업을 시작함에 따라 내년 상반기 중 인터넷전문은행 1호점이 문을 열게 된다.
◆두 달간 불꽃 경쟁…카카오뱅크·K뱅크 웃다
앞서 카카오뱅크·K뱅크·I뱅크 컨소시엄 등 세 곳은 지난 10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하고 각기 유리한 점을 내세워 열띤 홍보를 해왔다.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이끌며, KB국민은행이 참여했다. 이들은 4000만 가입자를 확보한 카카오 플랫폼과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자산관리 경험, KB국민은행의 은행·카드 역량을 결합해 고객에게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카카오의 방대한 데이터, 은행권의 신용등급을 조합해 고객의 다양한 온라인 활동을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 그동안 은행 혜택을 충분이 받지 못한 중소상공인, 금융 소외계층, 스타트업 등에 적합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K뱅크 컨소시엄은 KT와 우리은행, 현대증권이 대주주로 참여했다. 이들은 KT의 강력한 빅데이터 분석능력을 활용,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에서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이용하는 고객 중 부실 가능성이 없는 고객을 발굴해 10%대 중금리 대출을 서비스하겠다고 밝혔다.
또 단순 출금, 이체를 넘어 계좌개설, 비대면 인증, 소액대출 등이 가능한 '무인 은행점포'인 스마트ATM을 GS리테일, 우리은행 등 협력사를 통해 보급하고 '우리 동네 작은 은행'으로 진화시킬 방침이다.
한편 인터파크를 주축으로 SK텔레콤, IBK기업은행 등이 참여한 I뱅크는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 도입,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 서비스 등을 내세웠지만 안정적인 사업운영 측면에서 취약한 것으로 평가돼 예비인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시중은행 넘어 제2금융권 지각변동 '불가피'
인터넷전문은행은 금융, 유통, 통신 연계의 결정체로 '핀테크의 꽃'이라 불린다. 전문가들은 핀테크를 활용한 인터넷전문은행에서 10%대의 경쟁력 있는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면 시중은행은 물론 카드·저축은행·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19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이재은 연구원이 분석한 '매킨지의 글로벌뱅킹 연차보고서(Mckinsey Global Banking Annual Review)'에 따르면 2025년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업 매출 40%, 수익 60%를 잠식할 전망이다. 핀테크 기업들이 기술을 앞세워 리테일 비즈니스에서 은행 수익을 가져갈 것이란 설명이다.
더욱이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은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등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대비해 비대면 채널을 강화하며 중금리 대출 시장 선점에 뛰어든 상황으로 은행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간 정도의 금리 수준에 대한 수요는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유망한 잠재고객이 될 것"이라며 "전체 국민의 28% 가량을 차지하는 중신용 계층의 금리 부담이 경감되면 구매력이 늘어나고 중소기업 및 자영업의 부도를 줄이는 등 경제 안정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까지는 국내 은행 간 비즈니스 모델의 차별성이 거의 없었다"며 "새로운 서비스로 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면 서비스와 고객군이 폭넓어져 금융소비자의 권리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새로운 경쟁자와 차별화된 사업모델이 출현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하고 기존 은행의 인터넷뱅킹 서비스 개선 노력을 이끄는 등 금융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