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은 홍콩에서 중국을 상대로 '아들과 딸들'이라는 이름의 조직적인 취업 로비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사진=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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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미국의 대표적인 투자은행 JP모건이 '아들과 딸들'이라는 이름의 조직적인 취업 로비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1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JP모건은 중국에서 홍콩증시 기업공개(IPO) 열풍이 불었을 당시 자사가 주관사를 맡은 기업 중 4분의 3에 대해서 해당 기업 간부들의 지인과 친인척을 고용했다. 또 중국의 권력기관을 비롯한 정치 엘리트들의 지인과 친인척들 역시 고용했다. 채용 규모는 모두 222명에 달했다.
WSJ의 보도는 JP모건이 지난 4월 미국 수사당국에 제출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미국 수사당국은 JP모건의 부패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보고서에는 JP모건이 2004~2013년 실행해 온 '아들과 딸들'이라는 프로그램이 상세히 설명돼 있다. 프로그램 실행 대상이었던 중국 기업과 정치 엘리트의 이름이 모두 담겨 있다. JP모건에 지인과 친인척을 인재로 추천했던 이들은 절반 가량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당국을 포함한 중국 관료와 국영 대기업의 임원들이었다. 나머지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소수와 JP모건이 IPO를 주관했던 일반기업의 임원들이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프로그램 실행기간은 JP모건이 IPO 실적이 절정에 달했던 기간과 일치한다. JP모건은 프로그램이 종료된 직후인 2014년부터 IPO실적이 급감했다. 또 프로그램이 실행되기 전에는 홍콩에서 IPO에 뛰어들지 않았다. 프로그램이 IPO 주관사를 따내기 위한 로비용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 JP모건은 이 기간에 10억 달러(약 1조1600억원) 이상이 넘는 초대형 홍콩증시 IPO 12개에 주간사로 참여했다. 그 가운데 9개사와 그 모회사 임원의 추천을 받은 인사를 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천을 받은 인사는 대부분 인턴으로 채용됐다.
미국 정부는 2년 전부터 해외부패방지법(FCPA)에 따라 JP모건의 광범위한 중국 취업 로비가 뇌물공여죄에 해당하는지 조사하고 있다. FCPA는 미국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이 해외 관료와 국영기업 임직원들에게 부정적인 의도를 갖고 대가성 뇌물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홍콩 정부도 JP모건의 관행을 조사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JP모건 명단에 거론된 인사 가운데 최소 두 명을 부정부패 척결 일환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코스코그룹의 쉬민제 전 부총재는 지난해 부패 혐의로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쑨자오쉐 중국알루미늄공사 전 회장도 사법 처리됐다. 다만 두 사람의 축출이 JP모건 취업 로비와 관련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