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거꾸로 가는 통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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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유럽과 미국의 통화정책이 독일 통일 이후 21년만에 처음으로 다른 길을 갈 것으로 보인다고 연합뉴스가 2일 보도했다.
2일 국제금융센터와 크레디스위스(CS)에 따르면 유로존이 창설되기 전 유럽을 대표했던 독일은 1994년 5월 기준금리인 재할인율 금리를 연 5.00%에서 4.50%로 0.50% 포인트 내렸다. 그러나 같은 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방기금금리를 연 3.75%에서 4.25%로 0.50% 포인트 올려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독일은 통일 이후 급등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다 경기가 부진에 빠지자 그해 1월부터 금리 인하 기조에 들어섰다. 1994년 1월 5.75%였던 독일 기준금리는 5월 4.50%까지 하락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속도를 완화하기 위해 당시 앨런 그린스펀이 이끌던 연준이 1994년 1월까지 동결기조를 유지하다 2월 3.0%였던 기준금리를 3.25%로 인상하며 인상 기조로 돌아섰다. 이후 매달 0.25% 포인트씩 인상하다 5월 들어 한달만에 0.50% 포인트 올린 후 1995년 2월까지 인상 기조를 유지했다.
이런 모습은 올해 12월에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22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예금금리를 추가 인하하는 것을 포함해 가능한 책무 안에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후 드라기 총재는 최근 몇 주간 유로존의 경제회복세가 25년만에 가장 약한 수준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게 거의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유로존 경제가 극도로 부진한 회복세로 자신감이 사라지고 저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아 영구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FT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의 경기둔화로 유로존의 경제가 회복세에서 탈선할 조짐이라며 ECB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예치금리를 현행 -0.2%에서 최소 0.1%포인트 이상 내릴 게 거의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비관주의로 투자를 꺼리면서 자원이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는 게 ECB의 지적이다. 수요도 ECB가 2%인 물가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너무 약한 수준이다.
반면 미국 연준은 오는 15~16일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12월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74%로 반영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92%의 전문가들이 12월 금리 인상을 점쳤다. 미국의 고용지표가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해왔던 연준으로서도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연준 내에 금리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아직 존재한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내년 말까지 1% 이하로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달 FOMC 회의에서 투표권을 가진 인물이다. 라엘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도 점진적 금리 인상을 주문했다. 그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가운데 연준만 금리를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