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기 신한금융투자 NEO50 연구소장./사진=손진영 기자
"재무와 비재무의 통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은퇴설계 전문가로 통하는 김현기 소장이 말하는 '노후준비법'이다.
김 소장은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어서면서부터 은퇴 후 수명은 과거 10년 안팎에서 크게 늘어 30년을 웃돌게 됐다"며 "이제 '은퇴'란 말은 '인생의 남은 시간'이 아닌 '제2의 인생'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빚 관리만 잘해도 50%는 해결"
김 소장은 인생 2막을 설계하는데 있어서 '돈'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재무적 노후준비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리 수준에 따라 ▲2000년대 이전 금리 10% 이상의 시대는 '저축의 시대' ▲2000년 이후 금리 3~10% 시기는 '투자의 시대' ▲2013년부터 현재 금리 3% 이하 저금리 시대를 '지키는 시대'로 나누고 "불필요하게 새는 돈을 잡고 빚을 줄여나가야 한다. 빚 관리만 잘해도 재무설계의 50%는 해결된다"고 말했다.
산업화 시대와 함께 고성장을 경험한 이들이 소비에 익숙해져 '빚'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지만 저성장 시기에 와서도 소비습관을 그대로 간직해 자산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초저금리시대는 디플레이션 환경에까지 대비해야 한다"며 "어려서부터 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관리하는 '선행학습'을 통해 절약해 모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투자를 하되 매도를 염두에 둬라"
절약과 검소를 갖췄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투자'다. 김 소장은 금융투자상품이 원금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투자에 임하라고 했다.
그는 "흔히들 알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 롱숏 헤지펀드, 일부 해외 채권 등을 말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은 사실 '고위험·중수익'에 가깝다"며 "이들 상품 대부분이 수익은 제한되지만 손실 구간은 매우 높을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 소장은 "고성장기에 전문가들이 '시장에 머물러라, 장기 투자하라'고 조언한 방법이 먹혔다면 이제는 투자를 하되 '매도를 염두에 둔 매수'전략이 유효하다"며 "기회와 위험을 분석할 만한 능력을 갖추고 '매수'와 '매도'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3층 자산관리부터 시작하라"
'금융교육'은 다름 아닌 '돈에 대한 습관과 태도 교육'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학교에서 돈에 대해 배우지 못하고 사회로 진출했을 가능성이 높기에 '금융의 기본 값(default value)'을 정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김 소장은 "금융의 기본 값은 공적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3층 연금제도를 활용한 자산관리를 무조건 실천하고, 이를 연금으로 받겠다고 결정해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근로자는 퇴직연금과 연금저축 등 자신의 연금자산에 대해 운용에 직접 참여한다. 이때 투자 포트폴리오와 리밸런싱(재구성) 능력이 실패를 좌우하게 된다.
김 소장은 "근로자 스스로 이같은 능력이 부족하다면 금융회사 직원의 적극적인 컨설팅을 받는 것이 좋다"며 "투자 대상에 대한 매수-운용-출금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회사와 직원을 찾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연금 등 은퇴자산 관련 펀드가 늘면서 다양한 자산으로 운용되는 '자산배분형 재간접펀드'를 활용할 것을 추천했다. 자산배분형 재간접펀드는 시황에 따라 유망 투자지역과 펀드유형을 분석해 자산배분을 달리하고 이에 맞는 국내외 우수펀드를 편입, 투자하는 방식으로 분산투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무적 설계, 비재무적 설계와 병행돼야"
김 소장은 은퇴설계에 있어서 건강, 사랑, 취미, 웰 다잉(well-dying) 등 비재무적 노후준비 또한 자산관리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비재무적 노후준비 중 하나로 자신의 책 '명함이 있는 노후'에서 "명함 있는 노후생활을 디자인하라"고 소개한 바 있다.
자신에게 스스로 부여한 '역할'과 '호칭'이 노후에 주어지는 30여년의 시간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는 것.
김 소장은 "지금과 같은 장수시대에선 3층 자산관리와 함께 인생 2막을 대비할 수 있는 무언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세계일주에 도전하는 ○○○', '귀농귀촌 연구소장 ○○○' 등 자신만의 명함을 만들어 노후 삶의 질을 높여보라"고 권했다.
김현기 신한금융투자 NEO50 연구소장./사진=손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