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지도자들이 최근 중국 프로축구로부터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중국 진출이 활발했던 1세대 지도자들에 이어 약 20년 만에 2세대가 형성돼 가는 양상이다.
8일 대한축구협회(KFA) 등 축구계에 따르면 KFA 장외룡 기술부위원장(56)은 내년 1월부터 중국 프로축구 충칭 리판 감독으로 부임한다. 충칭 리판은 올 시즌 중국 프로축구 1부인 슈퍼리그 8위 팀이다.
이달 초에는 프로축구 K리그 강원FC를 이끌었던 김상호 전 19세 이하(U-19) 축구대표팀 감독이 중국 프로축구 2부리그 상하이 선신 사령탑에 취임했다. 상하이 선신이 외국인 코칭스태프를 영입한 것은 팀 창단 이후 처음이다.
앞서 박태하 전 축구대표팀 코치는 지난해 12월 중국 프로축구 옌볜FC에서 처음 프로팀 사령탑을 맡았다. 홍명보 전 축구대표팀 감독도 중국 진출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지난 6월 장쑤 쑨텐 구단으로부터 영입 제의를 받았다.
한국 지도자들의 중국 프로축구 진출은 1997년 최은택 전 국가대표팀 감독에서부터 시작됐다. 최 전 감독은 중국 조선족팀 옌볜 오동을 맡아 돌풍을 일으켰다. 1990년대 후반에는 차범근·이장수·김정남 전 감독 등이 중국행을 선택했다.
약 20년이 지난 현재는 중국의 '축구굴기'와 맞물리면서 '박태하 효과'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축구광'으로 소문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축구 강국의 꿈인 '축구굴기'를 선언하며 중국 축구계를 전폭 지원하고 있다. 이에 중국 구단들이 비슷한 문화를 지녔으며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지도자들을 눈여겨 보고 있다.
이는 '박태하 효과'가 결부되면서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박 감독은 작년 12월 옌볜 지휘봉을 잡은 후 1년도 되지 않아 팀을 1부에 올리는 지도력을 발휘했다.
옌볜은 애초 3부리그 격인 을(乙) 리그에서 경기하게 돼 있었지만 2부리그 한 팀이 해체되는 행운으로 갑(甲) 리그로 승격했다. 그리고 박 감독이 사령탑을 맡아 이번 시즌 16승10무2패로 1위를 만들었다.
신문선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일본에서는 유소년 시스템을 도입하고 한국에서는 지도자들을 영입하고 있다"며 "이는 이번 시즌 큰 성과를 달성한 박태하 효과도 분명히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보다 지금 한국 지도자들에게는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더 많은 기회가 온다"며 "이는 한국 축구 산업의 불황을 타개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