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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온실가스 배출량이 지난해 소폭 증가해 최고점을 찍었다가 올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 속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한 최초의 사례다. 일각에서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촌 모두의 싸움이 드디어 변곡점을 맞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 연구기관인 세계탄소프로젝트(GCP)는 7일(현지시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르 부르제에서 컨퍼런스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를 통해서도 동시에 발표됐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올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0.6%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 10년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이 연 평균 2.4%, 많게는 3% 증가했던 것과 극명히 대비되는 수치다. 컨퍼런스에 참가한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에 발표된 수치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최고점을 찍은 뒤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전세계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노력한 결과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온실가스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 중국의 석탄 소비 감소가 꼽힌다. 중국 석탄 사용량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3배나 증가했고 여전히 전세계 사용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 발표에 따르면 올해 10개월 동안 중국의 석탄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 감소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의 석탄 수요가 정점을 찍었거나 곧 찍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중국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의 경제가 성장둔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앞으로 느린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지구촌의 노력은 낙관적인 상황이다.
중국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중국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중국 당국 관계자는 "우리는 청정 에너지가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경우와 현재 비축돼 있는 에너지원을 대체할 경우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2030년까지 멈추겠다고 약속했다. 과학자들은 최근 추세로 봤을 때 2025년에는 중국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여전히 온실가스에 대해 비관적인 전문가들도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우선 중국 다음의 온실가스 배출 국가인 인도가 문제다. 인도는 빈곤층 3억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인도가 화력발전소의 석탄 사용량을 2배로 늘린다면 다시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게 된다. 노르웨이 오슬로 기후 센터 연구원 글렌 피터스는 컨퍼런스 발표에서 "인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90년대 중국의 배출량과 같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인도는 중국이 그랬던 것처럼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는 데 큰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가 살아나면 석탄 사용량도 다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방정부들은 더 많은 화력발전소를 세우고 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지부에 따르면 올해에만 화력발전소 155개소가 예비 허가를 받거나 완전히 허가를 받아 공사에 착수했다. 이를 규제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다시 원상복귀 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내부에서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중국 국가기후변화전략센터(NCSC)의 저우 지 부국장은 NYT에 "경제구조와 에너지 소비 양상에 변화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기 침체도 있었다"며 "석탄 사용량이 정점에 달했다는 낙관적인 전망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칭화-카네기 글로벌정책센터의 왕 타오 연구원도 "중국 내 석탄 사용량이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석유와 가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 전체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은 늘어날 수 있다. 석탄 사용량이 감소한 것과 전반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은 다른 얘기"라며 "향후 몇 년 동안 중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낮은 증가세를 보이겠지만 머지않아 원래 수치로 회복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 과거 러시아는 세계 경제가 위기에 봉착했던 2009년과 러시아 경제가 붕괴됐던 1990년대 말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었지만 이후 다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