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하반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시작으로 시중은행이 앞 다퉈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채널을 강화한 금융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손바닥 정맥을 통한 본인인증을 하는 비대면 실명확인을 시연하는 모습./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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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금융권 '빅뱅'의 시작, 인터넷전문은행
해외 인터넷은행, 독자적 영역 구축…'낮은 수수료·높은 이율' 강점
국내 카카오뱅크·K뱅크, '빅 데이터 분석능력·특화 서비스'로 무장
국민·우리·신한銀 등 '모바일뱅킹' 선봬…중금리 대출시장서 '격돌'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FinTech·금융+정보기술)'의 꽃이라 불린다. 첨단 정보기술(IT)이 금융서비스 전반에 녹아들며 무인자동화기기(ATM)와 인터넷뱅킹을 통한 단순 금융업무로 대변된 '핀테크1.0'은 지고, 인터넷전문은행 등장과 함께 '핀테크2.0'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말 '카카오뱅크'와 'K뱅크'를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자로 최종 선정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 없이 언제 어디서든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각종 비용절감에 따른 수수료·금리인하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개별적으로 본인가 절차를 거쳐 영업개시 시기가 결정된다. 본인가 이후 6개월 내 영업을 시작해야 함에 따라 내년 하반기 중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점이 문을 열게 된다.
◆해외 사례에서 성공을 꿈꾸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해외에선 이미 20년 전부터 도입됐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는 사업초기 수익모델 부재와 과도한 마케팅 비용 등에 몰락한 곳도 많았다. 살아남은 인터넷은행들은 낮은 수수료와 높은 이율, 편의성을 바탕으로 특화된 금융서비스를 통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 2009년 설립된 독일의 피도르(Fidor)은행은 40여명에 불과한 직원 수에도 불구하고 설립 7년 만에 이용자수 25만명, 총 예금액 2억5000만유로 규모로 성장했다. 지점망이 없는 대신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 온라인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벤트를 펼치는 등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썼다.
이곳의 최대 강점은 199유로를 60일간 빌려주는 '피도르페이 이머전시론(Fidorpay Emergency Loan)'이다. 대출신청서, 신용평가 등 복잡한 절차를 단순화시켜 모든 대출절차를 60초 이내로 간소화했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2000년 설립 이후 연평균 30% 이상씩 고성장해 지난해 예금 잔고 10조엔을 돌파했다. 이들의 1년 만기 예금 금리는 연 0.09~0.2%로 일반 시중은행보다 최대 8배 높다.
◆카카오·K뱅크, 은행권에 전면 도전
그동안 은행들은 신용대출을 신청한 고객에 몇 가지 기준만을 적용해 이에 미달할땐 대출을 거절하거나 고금리를 적용해 왔다.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고 소득까지 적은 서민들은 대부업체의 연 20~30%의 고금리 상품을 이용해야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고객의 SNS활동 내용, 온라인 상품구매 이력, 평판 등 빅 데이터(big data)를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 기준으로 고객을 평가한다. 따라서 중금리 대출 서비스 이용자가 늘고, 이들의 금리 부담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최종 티켓을 따낸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자신만의 '특화전략'을 앞세워 기존 은행에 도전장을 냈다. 이들은 점포가 없는 만큼 전국의 편의점이나 협력사 창구 등을 활용해 출금과 소액대출 등을 서비스하는 '무인 은행점포' 개설을 계획 중이다.
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 KB국민은행이 참여한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은 카카오의 4000만 회원, 금융사의 투자노하우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카카오톡을 통해 신규 고객을 확보, 중소상공인과 스타트업 등에 적합한 중금리 대출 상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K뱅크 컨소시엄은 KT와 우리은행, 현대증권이 대주주로 참여했다. 이들은 KT의 강력한 빅 데이터 분석능력을 활용,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에서 연 20% 이상의 고금리를 이용하는 고객 중 부실 가능성이 없는 고객을 발굴해 10%대 중금리 대출을 서비스할 방침이다.
◆시중은행, '고금리→중금리' 변화 모색
전문가들은 인터넷전문은행에서 10%대 중금리 대출 상품을 출시하면 시중은행은 물론 카드·저축은행·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의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인 매킨지(Mckinsey)는 오는 2025년까지 핀테크 기업이 은행업 매출 40%, 수익 60%를 잠식할 것으로 분석했다. 핀테크 기업들이 기술력을 앞세워 개인을 상대로 한 소매금융(Retail Banking), 중소기업대출, 자산관리 분야 등에서 은행 수익을 가져갈 것이란 설명이다.
기존 은행들은 비대면 채널을 강화한 모바일전문은행으로 이에 맞서고 있다.
모바일뱅크의 포문을 연 것은 5월 선보인 우리은행의 '위비뱅크'다. 5.95~9.75% 수준의 중금리 대출이 입소문을 타면서 6개월 만인 지난달 400억원 판매를 돌파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 국내 '써니뱅크'를 내놨다. 국내 최초로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를 도입한 써니뱅크는 신한은행 고객이 아니어도 대부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은 'KB스타뱅킹', NH농협은행은 'NH디지털뱅크', IBK기업은행은 'i-ONE뱅크'를 업그레이드해 특화 상품을 선보이는 등 서비스 강화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다. KEB하나은행도 올해 초 캐나다에서 출시한 '원큐(1Q)뱅킹'의 국내버전을 이르면 내년 1월 출시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정식 출발하기도 전에 금융권의 변화는 시작됐다. 차별화된 사업모델로 중무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해 금융권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