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샷법'에 묶인 사이 중국 국유기업 합병 드라이브…세계 4위 해운업체 차이나코스코시핑그룹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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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우리 국회에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법안인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이 무산될 위기를 맞은 가운데 중국에서는 정부 주도로 국유기업 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하나의 중국'으로 해외에 진출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전략에 따라 인프라 산업을 중심으로 국유기업 합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11일 중국 해운업의 양대축인 코스코(세계 6위)와 차이나시핑그룹(세계 7위) 간 합병을 승인했다. 새로 탄생하는 차이나코스코시핑그룹은 세계 4위 해운업체로 우뚝 서게 된다.
차이나코스코시핑그룹은 향후 중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정책 및 자금 지원을 받게될 전망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노후선박 해체보조금을 비롯해 자국 선사에 대한 대규모 유동성을 지원했다. 이로 인해 중국 해운업체들은 심각한 불황에도 불구하고 초대형 선박발주, 북극항로 개척 등으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다.
거대해진 차이나코스코시핑그룹은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힙입어 더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세계 해운업계는 잔뜩 긴장하고 있다. 실제 세계 3위 업체인 프랑스의 CMA CGM은 중국 경쟁자들의 합병이 알려지면서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게 되자 싱가포르의 NOL과 합병 협상을 진행 중이다. 또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머스크의 소렌 스코우 최고경영자는 "해운시장이 현재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중국 업체 간 합병으로 인해) 해운업계는 합병이라는 새로운 조류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해운업체들도 중국발 위기에서 예외가 아니지만 원샷법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더구나 중국발 위기는 해운업체에 그치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 간 합병은 철도, 원자력, 자원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철도차량 분야에서 전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던 중국 난처(CSR)와 중국 베이처(CNR)가 합병해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중처(CRRC)가 탄생했다. 7월에는 중국전력투자공사와 중국원자력기술공사가 합병해 국립전력투자공사가 탄생했다. 이달 8일에는 광산업체 우쾅그룹과 금속업체 중예그룹이 합병해 세계 최대 광산업체로 거듭났다.
현재 중국 국유기업의 숫자는 100여 개 가량이다. 10년 전 200여 개에 육박하던 숫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중국 정부는 다시 이를 절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국유기업 통합을 통해 국내 경쟁을 없애고 대외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