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보안강화와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14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영업부에서 '홍채인증 ATM'을 시연하는 모습./IBK기업은행
③'금융 혁명'이 안긴 몇 가지 과제
보안문제 수면 위…비대면 개인인증(실명확인) 방법 고심
'은산분리' 완화 담은 은행법 개정안, 반년 째 국회 계류
점포 축소·인력 감원 가속화…"전통은행은 역사 속으로"
혁신적인 정보기술(IT)이 금융과 융합하면서 점포 없이 언제 어디서든 금융거래가 가능한 '핀테크(FinTech·금융+정보기술) 2.0' 시대가 도래했다. 금융기술 발달은 인터넷전문은행 탄생을 예고하며 금융권의 혁신을 일으킬 전망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보안문제와 금융권 인력감축 등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내년 하반기면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문을 연다. 이들은 카드 이용실적, 온라인 쇼핑이력, 회원등급 등 '빅 데이터(big data)' 분석능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용평가 방식을 도입, 연 10% 안팎의 중금리 대출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이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은 원스톱 금융서비스 활성화,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 등으로 금융소비자의 편익을 한층 끌어올릴 전망이다.
◆비대면 채널…보완체계 생명
금융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 그러나 마냥 장밋빛 전망만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과 모바일 해킹 위험에 지속적으로 노출된다는 단점을 안고 있다. 특히 본인확인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대출사기 피해 등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한다.
금융위원회는 이달부터 금융거래 시 실명확인을 비대면 방식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1993년 금융실명제 도입 이후 실명확인은 반드시 대면으로 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22년 만에 바꾼 정책이다.
금융위는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으로 소비자의 신분증 사본 제시, 영상통화, 현금카드 전달 시 신분 확인, 기존 계좌 이용, 생체인증 등을 제시하고, 이 가운데 2가지 이상을 의무적으로 병행하도록 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불법복사, 부정발급 등 문제가 나타난 기존 공인인증서와 지문 외에 홍채 정보, 얼굴인식, DNA프로필, 음성 프로필 등을 포함한 생채인식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요원'
인터넷전문은행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 소유 한도를 10%(의결권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한 '은산분리' 규제가 그것이다.
카카오뱅크의 카카오, K뱅크의 KT 모두 은산분리 규제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갖기가 어렵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는 10%의 지분을 가진 카카오가 아닌 50%의 지분을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다. K뱅크의 경우 사업을 주도한 KT는 8%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우리은행·한화생명·다날이 각각 10%씩 소유하고 있다.
지분구조 상 누가 추진 주체인지 불분명하다보니 향후 컨소시엄 구성원 간 갈등을 비롯해 준비 과정에서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신규 투자나 추가 증자에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금융위는 지난 7월 최소 자본금을 현행 100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낮추고, 상호출자제한집단(61개)을 제외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4%에서 50%로 늘리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카카오와 KT는 지분을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금융위도 은행법 개정 이후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은행법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으로 반년 가까이 국회에 표류 중이다.
◆몸집은 줄이고, 체력은 키우고
시중은행들은 '모바일전문은행'으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응하고 있다. 은행영업 방식이 점포 위주에서 인터넷과 모바일 등 비대면 채널중심이 되면서 인력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올해 시중은행 퇴직자수는 지난해의 2배인 3000여명에 달하는 등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은행들은 인사적체 해소와 경영 효율화를 위해 대규모 퇴직을 단행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 1122명이 희망퇴직으로 퇴사했다. SC은행이 지난달 실시한 특별퇴직신청기간에는 약 1200명의 희망퇴직자가 몰렸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NH농협은행 등에서도 임금피크제 적용직원을 대상으로 한 정기 희망퇴직 신청자가 예년 수준을 웃돌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은행 점포수는 매년 100개 이상씩 줄어 2012년 하반기 7835개에서 올 상반기 7480개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은행 임직원수는 13만7593명에서 13만4318명으로 줄어 들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뱅크 3.0'의 저자 브렛 킹(Brett King)은 "인터넷 금융 발전에 따라 앞으로 10년 안에 주요국의 은행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며 "한국에선 오는 2016년쯤 스마트폰이 은행권에서 가장 주요한 소비자 금융서비스 채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서비스가 발전할수록 전통은행은 사라질 것이다. 은행들은 경쟁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첨단 기술은 수용하고, 불필요한 몸집은 줄이는 쇄신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