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봉한 영화의 역주행이 무섭다. 다양성 영화로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이터널 선샤인’이다. 이 작품은 ‘헤어진 연인의 기억을 지워도 사랑은 남는다’는 주제의 로맨틱 판타지 영화다. 2005년 첫 개봉 당시에는 1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나 2015년 현재, 재개봉에 46만명의 관객을 동원하여 재개봉 신드롬을 낳았다.
그때 아닌, 이제 와서 관객들의 열렬한 사랑과 지지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한국영화의 특징은 ‘베테랑’ ‘내부자들’처럼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화는 블록버스터 오락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에서 개봉되는 영화들은 장르적 특성이 강한 주류 상업영화이기 때문에 자극적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다. 보는 동안 긴장하고 보고 나면 지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관객들에게 스트레스를 덜 주는 ‘이터널 선샤인’과 같은 로맨틱 영화에 관객이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같은 이유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는 이 영화가 지닌 작품성 때문이다. 기억을 선택적으로 지운다는 소재, 독특한 방식의 이야기 구성, 아름다운 영상은 지금 봐도 손색이 없다. 다양성 영화로 불리는 대부분의 비상업 예술영화는 기발한 소재, 독특한 구성과 영상을 생존방식으로 삼는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들은 감독이 삶의 본질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삶을 대하는 태도와 감독의 철학을 읽을 수 있다. 자본의 논리로 제작되는 획일화 된 이야기 방식이 아닌 인생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영화산업은 기로에 서 있다. 계속 발전해서 세계 영화시장으로 나아갈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인 한류에 묶여 주저앉을 것이냐이다. 한국영화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홍보 및 마케팅도 필요하지만 좋은 영화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제작에 있어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신선하고 새로운 방식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환경에서는 어렵다. 개봉되는 영화들마다 획일화 되면서 작품의 질은 더욱 낮아지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는 다양성 예술영화가 발달해야 시나리오 작가 군이 넓어질 수 있다. 예술영화에서 새롭게 시도된 방식과 기법은 상업영화에 영향을 준다.
이렇게 보면 우리 영화산업을 발전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질 향상에 있어 근본이 되는 비상업 예술영화 발전에 힘을 쏟아야 한다. 한국영화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진흥위원회는 예술영화의 제작과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관객을 늘리기 위해서는 예술영화는 어렵고 재미없다는 인식을 바꾸어 주어 예술영화에 대한 수요를 늘리도록 해야 한다. 재개봉된 ‘이터널 선샤인’의 흥행성공은 주류 상업영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리 영화의 활로를 제시해 준다는 측면에서 많은 교훈을 준다.
양 경 미/ 영화평론가·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