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신용등급 분포(A-등급 이상)자료=무디스, S&P, 피치, 국제금융센터*(+)의 경우 긍정적 등급 전망, (-)의 경우 부정적 등급 전망을 의미
저료=와이즈에프앤, BNK투자증권(S&P 기준)>
알파벳과 숫자 몇 개가 대한민국 경제를 흥분케 하고 있다. 'Aa2'. 한국이 지난 18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서 받은 역대 최고 신용등급이다. 중국보다 한발 앞서고, 프랑스와 같은 급이다. 그만큼 우리 국고가 튼튼해졌다는 의미다.
국가신용등급이 1등급 바뀌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우선 국제무대에서 '노는 물'이 달라진다. 정부와 기업들은 조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통상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할 때는 미국 재무부 증권(TB) 금리나 런던은행 간 금리인 리보 같은 글로벌 기준 금리에 추가 금리(가산금리ㆍSpread)를 덧붙여 빌려 온다. 부도 위험이 낮아진 만큼 싸게 돈을 빌릴 수 있다. 이는 신용이 낮은 사람이 은행에 더 높은 이자를 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금조달 비용 감소 등 긍정적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말 현재 우리나라가 갚아야 할 대외채무는 4091억 달러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국가신용등급이 1등급 오르면서 연이자비용이 약 4억~8억달러(4000억~8000억원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신용등급이 오르면 외화표시채무(외화증권 발행ㆍ차입금)의 가산금리가 10~20bp(1bp=0.01%) 줄어드는 효과를 본다는 전제다.
국가신용등급이 상승하면 공공기관이나 시중은행, 대기업 신용등급 상승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 개별 기관 신용등급이 올라가지 않더라도 국가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면서 조달 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
한국석유공사가 대표적이다. 공사는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상승(S&P)된 직후인 지난 9월 6억달러 규모 글로벌 채권(10년 만기)을 발행했다. 석유공사는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한국물 가산금리가 축소되는 국제금융시장 상황을 활용했으며 당초 목표인 5억달러에서 6억달러로 증액해서 발행하는데 성공했다"며 "유통금리도 공사의 기존 채권보다 5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 낮은 115베이시스포인트로 발행됐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수출 산업의 경쟁력과 해외 수주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자금 유입이 빨라지면서 건전성도 개선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중 국내은행의 외화차입금 차환율은 단기 110.4%, 중장기 121.4%를 기록했다.
차환율이란 신규 차입액을 만기 도래액으로 나눈 수치다. 차환율이 100%를 넘는다는 것은 외화를 빌리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의미로 통상 해석된다.
간접적인 효과도 있다. 부도 위험을 알려주는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도 하락이 예상된다. 한국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5년물에 대한 CDS 프리미엄은 57.10bp(16일 기준)이다. CDS프리미엄은 지난 11월 16일 60.09bp까지 치솟은 바 있다. CDS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금융파생상품으로, 부도 확률이 높으면 오르고 낮으면 떨어진다.
◆신용등급 상승이 장밋빛 미래는 아냐
하지만 국가신용등급 상승이 국가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신용등급이 올랐다고 당장 내수가 살아나거나 수출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신용등급은 후행적 성격을 갖고 있다.
기재부는 "어려운 대외여건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역사상 최고 국가신용등급으로의 상승을 이룬 것은 견조한 경제 펀더멘털 등으로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가 여타 국가들과 확연히 차별화된다는 점을 인정받은 사례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도 불투명하다. 신용등급이 상향되면 주식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고 하락하면 그 반대다. 그러나 국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주식시장 영향은 과거 사례를 보면 불분명한 편이다. 특히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린 상황이라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2001년 이후 S&P 신용등급 상향 조정 전후 코스피 등락률과 외국인 누적 순매수 및 원/달러 환율 변화 등을 살펴보면 일관된 특징은 발견되지 않는다"며 "무디스와 피치의 사례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