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사이버 굴기 본격화…실물경제는 암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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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중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이전보다 더 큰 지분을 확보했다. 기존 미국 중심의 IMF 지배구조가 바뀔 전망이다. 최근 위안화의 기축통화 편입 이후 '금융 굴기'가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중국은 또 미국 중심의 인터넷 질서도 재편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두고 중국의 '사이버 굴기'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올해 4분기 실물경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IMF 지분 상승…금융 주도권 위해 박차
1990년대말 아시아의 구제금융위기 이후 신흥국을 중심으로 미국과 유럽 선진국 중심으로 운영되는 IMF의 지배구조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국내총생산(GDP)이나 외환보유액에 비해 일부 신흥국의 IMF 지분이 너무 작다는 문제제기였다. 이로 인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2010년 서울에서 IMF 구조개혁 방안에 합의, 이후 IMF 집행이사회가 이 개혁 방안을 승인했다. 하지만 IMF 최대 지분을 가진 미국 의회가 협조를 거부하면서 IMF 구조개혁 방안은 현실화되지 못했다.
지난 18일(미국시간) 미 의회는 2016회계연도 예산안에 IMF 구조개혁을 승인하는 조항을 포함시켜 5년만에 통과시켰다. 이로써 IMF는 창설 이래 최대 규모의 구조개혁이 가능해졌다.
이번 IMF 구조개혁의 가장 큰 수혜자로 중국이 꼽힌다. 중국은 출자금 확충이 끝나면 현재 6위에서 3위로 지분 순위가 상승할 전망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성명을 통해 "2010년 마련된 개혁안은 IMF에 대한 신뢰와 정당성, IMF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며 환영하고 나섰다. 중국은 현재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을 주도하는 등 세계 금융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를 통해 IMF에서 미국에 아직 모자라는 부분을 보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구조개혁으로 인도와 브라질, 러시아 등 'BRIC' 4개국의 IMF 지분 순위도 모두 10위권 안으로 상승하게 된다. 한국 역시 현재 1.41%에서 1.8%로 지분이 상승하게 된다. 순위는 현재의 18위에서 16위로 올라간다. 미국의 지분은 16.7%에서 16.5%로 소폭 감소하지만 중요 안건에 대한 거부권은 현재대로 유지된다.
◆중국 사이버공간의 새로운 룰메이커 자처
중국의 굴기는 사이버공간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19일 루웨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주임은 중국에서 열린 제2회 세계인터넷대회에서 중국이 사이버공간의 새로운 룰메이커가 되겠다고 공언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대회에 참석해 '인터넷 주권'을 강조했다. 시 주석은 "현재의 사이버공간을 지배하는 규칙은 대다수 국가의 의도와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터넷 국제규칙 제정을 요구했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현재 6억6800만 명에 이른다. 세계 최대 규모다. 중국의 인터넷경제는 이를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7%를 차지할 정도다. 중국의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는 미국의 인터넷기업 못지 않은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전통 제조업에 인터넷 기술을 융합한 '인터넷 플러스'라는 새로운 산업전략을 추진하며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 실물경제 올해 4분기 전면적 악화
하지만 중국은 가장 근본적인 경제과제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CBB인터내셔널이 최근 발간한 중국 경기동향보고서인 중국베이지북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올해 4분기 전면적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전역에서 4분기 매출액, 판매량, 생산, 가격, 이익, 고용, 대출, 자본지출 등 모든 지표가 3분기보다 악화됐고, 특히 기업 이익이 감소해 중국 경제의 미래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중국 경제성장의 원동력이었던 노동시장과 물가상승 역시 하락세를 보였다. 고용률 지표와 기업의 자금대출 규모는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이 같은 자금 대출 규모는 심각한 디플레이션 상황을 시사한다.
베이지북은 3분기 보고서에서 중국의 성장 둔화 우려에 대해 "황당무계한 이야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 확연히 달라진 보고서 내용은 중국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방증이다.
중국은 과거 투자와 수출 중심의 초고속 성장이 한계에 부딪치자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경제구조를 전환해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른바 '신창타이'(새로운 정상상태) 노선이다. 중국 정부는 이 노선을 추진하면서 3분기 경제성장률이 6.9%로 2009년 1분기 이후 6년 반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4분기부터는 경제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이번 4분기 베이지북 보고서 내용은 신창타이가 과연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을 부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