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KDB금융그룹이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 이후 부실 계열사의 경영정상화와 KDB대우증권 매각 등 군살빼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KDB산업은행의 정책금융기관으로의 역할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몸집은 더 홀쭉해질 전망이다.
◆'산은 재벌' 해체 수순
KDB산업은행은 외형(연결기준 총 자산 277조원)은 삼성그룹(351조원)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다.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118개 이상의 자회사(15%이상 지분 보유)를 거느린 거대 공룡이 된 것. 책임도 없고 속도조차 느려터진 정부 은행이 수많은 자회사를 거느리며 사실상 재벌 흉내를 내온 결과다. 이는 산업은행 설립 목적과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칫하면 국가재정 부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적잖았다.
21일 산업은행은 대우증권 패키지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마감한 결과, KB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우리사주조합 등 4곳이 모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입찰 대상 매물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보통주 1억4048만1383주(지분비율 43.00%)와 산은자산운용 보통주 777만8956주(지분비율 100%)다.
본입찰에 참여한 후보 중 최종 승자는 오는 24일께 가려질 예정이다. 해당일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이다. 인수 후보는 대우증권 상세실사를 거쳐 내년 1월 중순께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 금융당국 승인을 거쳐 내년 상반기 내로 최종 인수대금 납입이 완료되면 대우증권 주인 교체가 최종 마무리된다.
◆금융당국 "대우증권 꼭 판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코스콤에서 열린 '자본시장 핀테크 테스트베드' 개소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우증권은 확고한 의지를 갖고 팔 것"이라며 연내 매각 의지를 확고히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통상 조 단위 대형 금융사 매각 절차에 최소 6개월이 걸리는 점을 고려할 때 최대한 신속하게 매각작업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몸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2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은 산은캐피탈의 매각방안과 시점에 대해서도 논의 중이다
대우증권 매각이 끝나면 다른 계열사 매각도 속도가 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더이상 산은의 부실을 방치하지 않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산은의 부채는 247조원(2014년 기준)에 달하다.
금융위는 앞으로 3년간 산은의 자회사 매각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회수된 재원을 새로운 기업에 재투자해 정책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갖추겠다는 취지다.
손병두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비금융 업종에 대한 산은의 비전문성과 경영관리능력 부족으로 일부 기업은 재부실화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산은 자회사 '시장가치 매각' 대원칙
산은이 현재 15% 이상 출자한 비금융자회사는 총 118개로 장부가로는 2조3000억원에 달한다. 산은은 이중 한국항공우주산업(KAIㆍ26.75%), 한국지엠(17.02%), 대우조선해양(31.46%) 등 산은의 출자전환 이후 정상화된 출자전환기업 5개와 5년 이상 투자한 중소·벤처기업 86개 등 총 91개 자회사에 대한 지분을 우선 매각하기로 했다.
특히 금융위는 매각 원칙으로 '매각가치 극대화' 대신 '시장가치 매각'을 택했다. 산은의 연도별 매각 실적도 경영 평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산은 내 '자회사관리위원회'도 신설해 비금융회사 지분의 취득ㆍ관리ㆍ매각 전 과정을 관리토록 했다.
문제는 쏟아지는 매물을 시장에서 모두 받아줄 수 있느냐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도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 매물이 시장에 넘쳐나는데 대량의 추가 매물이 쏟아질 경우 시장에서 소화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가 '해결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산은에 많이 의존해 왔다"면서 "우리 경제가 어느정도 성숙해진 만큼 이제는 시장원리에 따라 부실기업이 정리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