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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중국 정부가 드디어 좀비기업(회생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정부 또는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기업을 영어에서 '되살아난 시체'를 뜻하는 좀비에 빗대어 부르는 말) 퇴출을 위해 칼을 빼들었다. 중국에서도 이제 '대마불사'라는 말이 사라지기 직전이다.
22일 미국의 경제전문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날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있어 고통스러운 개혁기를 예고하는 구체적인 조치를 발표했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전날 중국 정부는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를 담은 공보를 통해 시장의 룰에 따른 파산 집행 절차의 조건을 마련하기로 하고, 파산 재판을 신속하게 처리하기로 했다.
◆수개월 동안 엄포만…드디어 결단
중국 정부는 지난 몇개월에 걸쳐 수차례 좀비기업을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는 미뤄왔다. 좀비기업을 퇴출시키는 작업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닌데다 중국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좀비기업은 상당수가 국유기업으로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자칫 중국 관영 은행들까지 위기에 몰릴 위험이 크다. 금융권까지 개혁의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 까닭에 중국 정부는 자꾸 결단을 미뤄온 것이다. 이로 인해 덩치가 큰 기업은 당국의 좀비기업 퇴출 압박 속에서도 파산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중국 정부가 칼을 빼어든 이상 중국 기업들을 둘러싼 환경은 일변하게 됐다. 시장의 룰이 전격 도입된다. 중국 정부는 기업에 대한 세금을 줄이고, 좀비기업 퇴출에 따라 양산될 실업자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대해서도 규제를 풀기로 했다. 중국 기업들이 앞으로 살아남으려면 시장의 룰을 따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어떤 기업들이 퇴출되나
어떤 기업들이 퇴출될 지는 이미 지난 9일 중국 국무원이 밝힌 바 있다. 당시 리커창 총리 주재로 열린 상무회의 결과에 따르면 3년 이상 적자를 내고 동시에 중국의 산업구조 개혁 방안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들이 우선 퇴출 대상이다. 또한 에너지 소모, 환경 보호, 품질, 안전 등의 일정 기준을 맞추지 못하고 오랜 기간 적자 상태에 빠져있는 공급 과잉 업종의 기업도 퇴출 대상이다.
중국의 국유기업들은 이에 따라 비주력 사업을 서둘러 정리하라는 압력을 받게 된다. 공급과잉 업종에 대한 투자를 엄격히 통제해 더 많은 국유자본이 국가안전과 국민경제에 중요한 업종에 집중되도록 한다는 게 중국 정부의 의도다.
◆중국 좀비기업 얼마나 되나
최근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와 선전 증시에 상장된 2800여개 기업 가운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곳은 266개사에 달한다. 이들 기업의 부채총액은 지난 9월말 기준으로 1조6000억 위안(약 289조 원)에 이른다. 평균 자산부채비율도 69%나 된다.
특히 제철, 석탄, 시멘트, 조선, 석유화학 등 전통산업에서 좀비기업이 대거 포함돼 있다. 이중에서도 제철 분야에는 산동성 최대 국유기업인 산둥철강과 그에 못지 않은 항저우철강 등 11개 업체들이 포함돼 있다.
좀비기업의 가장 큰 원인은 과잉공급이다. 중국은 연간 세계 생산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8억t 가량의 철을 생산한다. 이중 실제 수요량은 5억~6억t 가량에 불과하다. 최근 중국의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면서 건축에 들어가는 철 제품의 수요가 크게 준 결과다. 이 같은 과잉공급은 석탄과 시멘트를 비롯한 다른 전통산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중앙경제공작회의 결과로 나온 내년 거시경제정책에는 이 같은 과잉공급 문제에 대한 대책도 포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