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의 한국기업 사냥, 소비경제 체질전환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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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중국 기업들이 올해 보험, 화장품, 테크놀로지 분야의 한국 기업들을 대거 사냥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속 성장이 한계에 이르자 기존의 수출경제에서 벗어나 소비경제로 체질을 전환하기 위해 한국의 앞선 소비경제 노하우를 흡수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올해 한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 기업들의 투자는 지난해보다 두배 이상 증가했다. 2012년과 2013년에 미미한 수준이던 한국 기업들에 대한 투자는 지난해 8억 달러로 늘었고, 올해는 19억 달러로 껑충 뛰었다. 투자 대상은 보험, 테크놀로지, 헬스케어, 화장품 등의 산업에 집중됐다.
보험업의 경우 중국의 안방보험은 지난 2월 9억3400만 달러에 동양생명을 인수했다. 중국 자본이 한국 보험사를 인수한 첫 사례다. 또한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사냥 중 최대규모다. 테크놀로지 산업에서 챔프인베스트먼츠는 제주반도체 지분을 3500만 달러에 사들였다. 화장품 산업에서는 쥐메이인터내셔널홀딩가 화장품업체 잇츠스킨에 1억2500만 달러, 피부미용기기 업체 드림시스에 2300만 달러를 각각 투자했다.
블룸버그는 이에 대해 "테크놀로지와 고객 서비스를 중심으로 소비경제로 체질을 전환하고자 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략 추진을 가속화하기 위해 중국 기업들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노하우를 가진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의 기업들에 접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이미 20여년 전에 이른바 '굴뚝산업'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상당한 성취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올해 블룸버그의 혁신지수평가에서 한국은 1위를 차지했다. 연구, 특허, 교육에 대해 집중적으로 투자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은 22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성과가 이어졌다. 한국 기업은 박 대통령의 비전인 '창조경제' 선봉에 서서 아시아 4위인 한국 경제회복을 주도하고 있다고 통신은 강조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업체와 당뇨병, 폐암 치료제 수출 계약을 따내면서 올해 주가가 8배 올랐다. 셀트리온도 관절염 치료제 개발로 주가가 두 배 이상 뛰었다.
중국 상장사의 현금 보유액은 현재 2조300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2% 늘었다. 중국은 이를 활용해 앞선 1위의 노하우를 흡수, 단기간에 따라잡으려 한다는 설명이다. IG아시아의 버나드 오 투자전략가는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기술 수준도 높아 중국 기업에 매력적"이라며 "돈방석 위에 앉아있는 중국 기업들이 인수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노하우는 중국 내 발전하는 자국 내수 수요를 맞추는 데도 요긴하다는 평가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중국 경제성장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58%로, 43%인 투자를 웃돌았다. 지난달 중국 소매판매 증가율은 11.2%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 기업의 올해 글로벌 인수합병(M&A) 규모는 5160억 달러로 전년보다 83% 급증했다. 한국에 대한 투자는 아직 크지 않다. 베이징 소재 장강상학원의 리샤오양 교수는 "중국의 부상하는 중산층이 헬스케어와 엔터테인먼트, 기술 분야에 더 많은 돈을 쓰면서 중국 기업들의 한국 기업 M&A가 증가할 것"이라며 "이들 중산층은 브랜드와 품질을 신경 쓰며 한국 기업은 중국이 부족한 품질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