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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미국의 바이오연료 기업들이 자국 셰일오일업체들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간 치킨게임의 유탄을 맞았다. 미국 정부의 거시적 정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저유가 사태가 장기화되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들은 생로를 찾아 식용유나 화장품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바이오연료 업체들은 최근 생산라인을 재정비하며 식용유·화장품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바이오연료가 화석연료를 대체할 에너지원으로서 주목받지 못한 탓이다. 친환경 에너지로 각광받던 이전과 상황이 반전됐다.
이들 기업은 이제 연료가 아닌 해조류 식용유·아이스크림·노화방지 크림이나 이스트로 만든 향수, 가정용 세제 등을 내놓기 시작했다. 솔라자임은 해조류 추출 식용유와 파우더를 출시했다. 이 회사는 12년 전부터 해조류로 차량용 연료를 만들어온 업체다. 에이미리스는 이스트에서 추출한 기름을 화장품과 향수를 생산하는 기업에 납품해오다가 올해 초부터 이스트 로션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바이오연료는 곡물이나 식물, 나무, 해조류, 축산폐기물 등을 열분해하거나 발효시켜 만든 연료다. 화석연료보다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해 환경보호에 도움을 주면서,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업들의 생산비 절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미국 정부도 바이오연료 비중을 향후 10년 내에 12%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WSJ은 이런 구상이 실제 시장에서는 '탁상공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오연료의 효율성은 과거에도 논란거리였다. 우선, 바이오연료 생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배출되는 탄소가 오히려 새로운 공해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옥수수 에탄올의 경우 기후변화 방지에 크게 기여하지 못하면서 곡물 가격만 끌어올린다는 비판이다.
결정적으로 미국 정부가 바이오연료에 열중했던 2007년과 지금은 원유 공급 환경이 크게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는 미국이 원유의 3분의 2를 수입했으나 지금은 연비 개선 기술이 발전하고, 국내 석유 생산이 붐을 이루면서 3분의 1로 수입량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은 10년 전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바이오연료 정책에 따라 설립된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솔라짐의 주가는 지난해 3월 14.38달러에서 지난 주말엔 2.45달러로 80% 넘게 추락했다. 에탄올을 제외한 바이오연료 관련 업체들을 회원으로 둔 미국의 고급바이오연료협회의 회원사 수는 요 몇년 새 3분의 1가량 줄었다. 대부분 파산하거나 업종을 변경한 경우다.
WSJ는 오바마 행정부가 바이오연료 산업에 그동안 자금을 지원한 것도 결국 허사가 됐다고 지적했다. 솔라짐의 경우 2009년에 바이오연료 정제시설을 짓는 데 2000만달러의 정부 보조금을 받았지만 이 회사의 주된 생산품은 이제 바이오연료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