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사회학, 통신공학(석사)을 공부했다. 한국정보통신(주)팀장, 현대그룹 그룹홍보실 부장, 오리온 홍보실 실장 역임.
한때 1등만 기억한다는 광고가 세간에 화제가 됐었다. GS그룹의 설립자인 허만정 옹과 GS그룹 허씨 가문이 걸어온 길을 보면 앞의 명제는 사실이 아니다. 진주갑부 허만정 옹은 삼성과 LG그룹을 있게 한 장본인이다. 특히 LG그룹과는 반세기 넘게 동업과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한 인물이다.
구인회 회장이 회사를 만들고 진주갑부이자 GS그룹의 설립자이기도한 허정만 옹의 재정적 지원으로 구인회 상회가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고 →럭키금성그룹→LG그룹으로 57년간 이어져 오다 2004년 분리가 됐다.
시간이 흘러 허만정 옹에서 허준구로 다시 허창수로 내려 왔지만 두 집안은 한 번의 잡음도 없었다. 허만정 GS그룹의 설립자와 구인회 LG 창업주는 같은 고향출신에 사돈지간이다. 또 동업을 57년간 한다는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두 집안이 3대째 동업을 하면서 100명이 넘는 후손들이 각 계열사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더 이상 동업이 쉽지 않게 됐다. 결국 두 집안은 지분을 서로 정리하게 된다. 사업영역에 따라 구씨와 허씨 일가 간 복잡한 지분 교환이 이뤄져야 했다. 계열사 간 지분 정리도 쉽지 않았다. 2012년 11월 LG상사가 GS리테일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마무리됐다.
또 허만정 옹은 1938년 이병철 故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삼성상회를 창업할 때 자금을 보탰다. 여덟 아들중 장남인 故 허정구 회장은 한때 삼성물산, 제일제당, 제일모직 등 주요 계열사 사장을 지냈다.
합스부르크가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성주에서 출발해 동로마 제국의 황제까지 600여년 유럽역사의 중심에 있던 가문이다. 허만정 GS그룹의 설립자는 한국의 합스부르크가라해도 손색이 없다.
허만정 옹의 손자인 허창수 회장은 2004년 GS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허 회장은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에 입사했다. 1979년 LG상사 해외기획실 부장을 거쳐 1989년 LG화학에서 부사장,1995년까지 LG산전 부사장, 2002년 LG건설 회장을 지냈다.
허 회장은 2004년 모기업 (주)GS를 만들어 1인 독식 구조가 아닌 형제 간에 균형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었다.(주)GS는 허창수, 허동수 등의 친인척이 엇비슷하게 지분을 갖고 있다. 2014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허씨 49명이 46.37%를 보유하고 있다.
(주)GS 홀딩스 회사가 → GS에너지(100%지분, GS칼텍스 정유 등의 계열사 )·GS 리테일(65.8%지분)·GS홈쇼핑(30%지분)·GS이피에스(70%)·GS글로벌(54.6%지분)·GS E&R(64.6% 지분)와 계열사로 GS건설이 있다. 모두 79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후 옛 쌍용을 인수하고 2013년에는 LG상사와 함께 STX 에너지도 가져왔다. 2004년 말 매출 23조원, 자산 18조7000억원이던 외형은 2014년 매출 63조3000억원, 자산 58조2000억원으로 각각 성장했다. 창업 11년째 재계서열 7위 기업이 되었다.
허창수 회장의 10년 경영은 조용했지만 이루어 놓은 업적은 크다. 허 회장이 가야할 앞으로의 몇 년은 그의 능력을 제대로 검증받을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세계경제 저성장과 석유 값 폭락 등으로 그룹의 양축을 맡고 있는 GS칼텍스, GS건설이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허창수 회장은 인사를 통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오너가족도 65세 전후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전통이 바로 그것이다.
허승조 GS리테일 대표이사 부회장(65)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허연수 GS리테일 사장(54)이 왔다. GS그룹 오너 일가의 솔선수범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2년 허동수 GS칼텍스 회장도 69세의 나이로 물러났다. 그 자리에 사촌동생인 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을 앉혔다.그룹의 간판 사업부인 GS에너지 대표에는 GS E&R 대표를 지내던 하영봉 사장(63)이 선임됐다.허 회장은 말수는 적지만 치밀한 성격이다. 무엇이든지 대충 넘기는 법이 없다.
그룹의 핵심계열사 부진해법도 성급하게 결정하기 보다는 조직의 화합을 바탕으로 한 위기극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외부에서 위기 해법을 찾기보다 내부에서 그것도 인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 한다.
최근 허창수회장은 폴크스바겐 사태를 거론하면서 무리한 1등보다는 떳떳한 2, 3등이 낫다는 말을 했다. 기업이 소비자와 임직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1등도 잠깐에 불과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뭐든 보여주는 보스다. 그가 갖고 있는 GS건설 주식46만주(360억원 규모)를 남촌재단(GS그룹 허준구 회장의 아호를 따서 만든 사회공헌 재단)에 기부했다.
조용하지만 진중하게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과 허씨 가문의 내력이 이번에도 빛을 발할지 우리 모두가 궁금한 이유이다.
<객원논설위원>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