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춤추고 노래하는 예쁜 내 얼굴~" 동요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을 작사·작곡한 아동문학가 정근씨의 작품이다. 어렸을 적 누구나 흥얼거리던 정겨운 노래이다. 어쩌다 텔레비전에 모습이 비춰지기라도 하면, 마치 가문의 영광인 듯 온 동네에 떠들고, 즐거워하기도 했을 것이다.
23일 하루 원 없이 소원을 푼 사람들이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승진자들이다.
이날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깜짝 인사를 발표했다. 국내 주요 신문에 광고를 게재해 임직원의 승진을 축하한 것.
'메리츠자산운용은 이번에 승진하신 직원 여러분에게 축하와 감사를 드립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18명의 승진자 명단을 게재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전체 임직원이 약 40명이어서 절반 정도가 승진한 것이다. 승진자 명단에는 이사( 2명)부터 부장(5명), 차장(3명), 과장(3명), 대리(5명)까지 모든 이들의 이름이 실렸다.
이들이 갖는 느낌은 수십억의 광과 효과 이상이지 않을까(?).
깜짝 선물을 생각해 낸 사람은 존 리 대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특별한 선물이 없을까 고민 끝에 '광고'를 택했다고 한다.
메리츠자산운용 관계자는 "존 리 대표의 뜻에 따라 광고라는 특별한 매개체를 통해 '서프라이즈 선물'을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존 리 대표의 실험은 처음이 아니다.
취임 후 가장 먼저 사옥을 여의도에서 북촌으로 옮겼다. 시장과 멀어지기 위해서다. 직원들 반대가 거셌지만 리 대표는 확신이 있었다. 그는 "선수들끼리 모여 있으면 생각이 왜곡될 위험이 있다"며 "시장 바깥에서 투자 해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본사는 언덕배기에 지어진 건물의 저층이어서 한쪽은 벽면이고 한쪽으로만 창이 난 '반지하'다. 리 대표는 입구 쪽 창 없는 방 한 칸을 사무실로 쓴다. 회사에서 가장 안 좋은 자리다
사옥 이전은 시작에 불과했다. '보여주기 식' 문화도 하나씩 없앴다. 출퇴근 시간과 근무 복장을 직원 자율에 맡기고 보고서와 '보고를 받는' 본부장 직급도 없앴다.
억지로 일해서는 자율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투자는 오랫동안 하는 마라톤인데 100m 성적을 따지면 레이스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꼴찌 회사를 1년만에 정상급으로 회사로 만든 존리 대표의 생각이 어디로 튈지 궁금하다.
장기하의 '별일 없이 산다'를 애창곡으로 삼아 매일매일을 신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던 일 계속하며 재미있게 살아가는 메리츠자산운용 직원들이 증권가에서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