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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저가제품으로 세계시장을 흔들고 있는 중국 철강업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철퇴를 내리치고 있다. 값싼 중국산 철강에 고전하고 있는 한국에는 희소식이다.
23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전날 중국산 내식강 수입제품에 대해 덤핑마진 255.80%와 이에 대한 상계관세 256%의 예비판정을 내렸다. 반면 한국산 내식강 제품에 대해서는 동국제강·유니온스틸에 2.99%, 현대제철에 3.51%, 나머지 한국기업의 제품에 3.25%의 덤핑마진 예비판정을 내렸다. 상계관세 판정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1% 미만의 미소세율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져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 상무부는 또 이탈리아산 내식강 제품에 대해 3.1%의 덤핑마진 예비판정을 내렸다. 마르세가글리아는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아 여기에서 제외됐다. 인도산 내식강 제품은 6.6~6.9%의 판정을 받았다. 중국에 대한 덤핑마진 판정과 비교했을 때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이 같은 판정 결과를 두고 미국 정부가 중국 철강업체를 겨냥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값싼 중국산 철강이 세계시장을 흔들고 있어 미국이 이를 잡기 위해 내놓은 것"이라며 "국내 철강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냉연강판에 대해 미 상무부가 내린 예비판정 결과도 이를 방증한다. 미 상무부는 지난 주 냉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예비판정에서 중국에 227.29%의 덤핑마진을 내렸다. 한국의 경우 포스코와 대우인터내셔널은 0.18%, 현대제철은 0.61%였다. 1% 미만의 덤핑마진은 '미소마진'으로 불리며 상계관세 부과 없이 조사가 종결된다. 다른 나라들도 미소마진은 아니었지만 중국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었다. 브라질은 7.42%, 인도는 4.45%에 불과했다.
냉연강판에 대한 최종판정은 내년 4월, 내식강에 대한 최종판정은 내년 6월로 예정돼 있다. 그때까지 상무부에 반덤핑을 제소한 미국의 철강업체들은 중국에 대한 더욱 강력한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내식강 예비판정 결과에 대해 미 철강업체 관계자는 "실제로는 판정결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덤핑행위가 이뤄지고 있다"며 "불공정한 가격으로 수입된 철강제품이 예측불가능할 정도의 속도를 미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미흡한 판정결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500%의 덤핑마진 판정은 나와야 덤핑 행위를 확실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그 아래라면 효과는 훨씬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미국 철강업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지만 한국 업계로서는 일단 희소식으로 평가된다. 중국산 철강에 대해 미국과 한국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업체는 한국시장을 잠식하고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에 맞서 공동전선을 펴는 상황이다. 최근 중국산 열연강판에 대해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반덤핑 제소를 준비 중인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두 업체는 산업통상부 산하 무역위원회에 그동안 수집한 자료를 제출하고 정식으로 반덤핑 제소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철강의 시장교란은 근본적으로 중국 내 과잉생산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중국은 연간 전 세계 생산량의 절반에 달하는 8억t 가량의 철강 제품을 생산한다. 이 중 실 수요량은 5억~6억t에 불과하다. 남은 재고를 처리하기 위해 덤핑 행위가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은 현재 좀비기업 퇴출을 비롯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실시 중이어서 이 결과에 따라 덤핑 문제도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덤핑마진이란 정상가격에서 수출가격을 뺀 차액을 의미한다. 정상가격은 덤핑의심물품과 동종물품이 공급국에서 정상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통상적인 거래가격이다.
*상계관세란 수출국이 수출품에 장려금이나 보조금을 지급하는 경우 수입국이 이에 의한 경쟁력을 상쇄시키기 위하여 부과하는 누진관세를 말한다.
*좀비기업이란 회생할 가능성이 없음에도 정부 또는 채권단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연명하는 기업을 영어에서 '되살아난 시체'를 의미하는 좀비에 빗대 부르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