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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중국 금융굴기의 핵심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지난 25일 공식 출범했다. 미국과 중국, G2 사이의 패권전쟁이 막이 올랐다는 평가와 함께 내년 중반 있을 AIIB의 첫 융자사업이 패권전쟁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7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AIIB의 초대 총재로 내정된 진리췬 중국국제금융공사 회장은 내년 중반 AIIB의 첫 융자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상하이 소재 푸단대 미국학센터의 송궈유 교수는 "첫 융자가 결정적이다. 첫 거래가 화려하고 멋지게 이뤄진다면 성공으로 가는 길을 닦게 될 것"이라며 "반대로 실망스런 거래가 된다면 AIIB의 성공은 매우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 회장에 따르면 AIIB는 초반에는 에너지, 교통, 통신, 농촌 인프라, 용수 공급, 환경 보호, 물류 등의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한다. 이후 점차 사업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설명이다. 궁극적으로 AIIB의 사업은 중국이 추진 중인 '일대일로'(육상과 해상의 21세기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와 결합한다. '일대일로'의 자금줄 역할을 AIIB가 맡는 셈이다.
'일대일로'가 지나는 국가들을 보면 '중국의 패권 추구'라는 말의 의미가 확연해진다. 육로는 중국 서부의 시안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와 동유럽을 거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까지 이른다. 해로는 중국 동남부의 취안저우를 기점으로 동남아시아, 아프리카를 거쳐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 육로와 만난다. 60여 개국에 달하는 경유국들의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60%인 40억 명에 달한다. 경제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인 20조 달러에 달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중국이 AIIB 공식 출범을 계기로 미국 주도의 아시아 금융질서에 도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은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이끌고 있다. 특히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로 인프라가 확충되면 중국이 인도와 이슬람 등 중동 아시아 시장에서 패권을 거머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이에 맞서 ADB의 위상을 지키기 고심 중이다. 현재 ADB의 자본금 1620억 달러 수준으론 AIIB에 맞설 수 없기 때문이다. 갓 출범한 AIIB의 초기 자본금만 1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은 당장 ADB의 융자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ADB의 연간 융자능력은 약 130억 달러 정도인데, 오는 2017년 약 1.5배인 최대 200억 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10월 체결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중국 견제의 성격을 띤다. 하지만 중국이 내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타결하게 되면 미중 간 패권전쟁은 더욱 팽팽한 양상을 띨 전망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미중 간 패권전쟁에 적극 뛰어든 상태다. AIIB의 창립멤버 17개국에는 미국의 맹방인 영국과 호주가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 역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