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와 자본시장의 본질적 가치는 혁신과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새로운 도전은 '2020년 자기자본 10조원, 아시아 1위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요약된다.
그는 "미래에셋이 쌓아온 투자전문가로서의 노하우와 KDB대우증권의 IB역량을 결합해 세계 각지의 우량한 투자기회를 적극 발굴하고, 우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투자 금융의 토양을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말했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통하는 박현주 회장이 꿈꾸는 '한국판 골드만 삭스'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로벌 IB 도약 발판 마련
"신년사에서 3년 안에 자기자본 10조원을 만들겠다고 했던 것도 사실 인수합병(M&A)을 염두에 둔 말이었다. 대우증권은 우리와 합쳐 1+1을 3으로 만드는 회사다. 이같은 생각에서 대우증권은 '상당히 지불해도 되는 회사'였다."
박 회장에게 지난 1년여 기간은 말 못할 고통의 시간 이었다. 바로 대우증권 인수 문제다.
그는 "신년사는 직접 쓴다"며 "1년이면 너무 빨라서 3년으로 얘기했지만, 그 신년사에는 대우증권 M&A 복안이 머리속에 있었다"며 '말' 못하는 고통을 토로했다.
일찌감치 대우증권 인수를 염두에 두고 글로벌 IB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글로벌 무대에서 어느정도 노하우도 쌓았다.
미래에셋은 상하이 푸둥 미래에셋타워에 지난 2006년 2600억원을 투자해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푸둥 미래에셋타워의 현재 평가금액만 1조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2011년 골프용품 세계 1위인 아쿠쉬네트(타이틀리스트 지주회사) 인수를 통해 국내 기업이 글로벌 톱브랜드를 인수하는 사례를 만들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우증권 인수는 글로벌 IB로 본격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자기자본 7조9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증권사가 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9월 단행한 유상증자를 마치면 자기자본 3조5000억원이 된다. 이것만으로도 업계 3위로 올라서는데, 대우증권(4조4000억원)을 합치면 7조9000억원으로 덩치가 커진다.
◆박회장이 그리는 그림은
미래에셋이 그리는 그림은 균형 있는 이익 구조다.
자산 운용이 강점인 미래에셋과 위탁매매 및 IB부문 강자인 KDB대우증권이 합치면 그 파괴력은 기대 이상일 것으로 시장에선 평가한다. 또 미래에셋의 글로벌 입지도 강화할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 6월 말 기준 2조4476억원으로 최대 9561억원(발행가 2만1750원) 증자에 성공하면 자기자본 규모가 3조4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삼성증권(3조5705억 원), 한국투자증권(3조2580억원), 현대증권(3조2100억 원)을 넘어 자기자본 기준 증권업계 4위로 부상하게 되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 대형화를 위해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에 대해 기업신용공여와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 자격을 주고 자본규제를 완화하는 등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무엇보다 자산관리·해외투자에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투자은행(IB)·리테일 부문에 강점이 있는 대우증권이 합쳐지면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증권은 작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였던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상장을 단독으로 대표 주관한데 이어 올해는 호텔롯데의 대표 주관을 맡는 등 IB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발휘해 왔다.
국내 102곳의 점포를 기반으로 한 브로커리지(위탁매매)와 고객 컨설팅에 능한 면모도 대우증권의 강점 중 하나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이 같은 대우증권의 강점을 자사의 노하우와 결합해 아시아 대표 IB로 발돋움한다는 꿈을 품고 있다.
특히 미래에셋그룹은 2003년 국내 최초의 해외 운용법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 출범 등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만큼 향후 해외 법인 실적 1위인 대우증권의 네트워크를 융합해 해외 진출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바탕으로 경쟁력 있는 해외 금융투자상품 발굴 등을 통해 안정적인 노후자산 기반을 구축하는데 기여한다는 복안이다.
또한 미래에셋증권의 대체투자상품(AI)과 대우증권의 단기성 일임형 상품의 강점을 합치면 법인영업에서의 상품 공급 능력을 상호 보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박 회장은 주식·채권 등 전통자산 외에도 국내외 부동산 등 대체투자에 관심이 높다.
박 회장은 "실리콘밸리 등 혁신 성장 산업은 리스크를 부담하는 모험자본에 의해 발전해 왔다"며 "투자전문가로서의 노하우와 대우증권의 투자은행(IB)역량을 결합해 우리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