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치킨게임 누가 먼저 죽나…사우디 117조 적자 vs. 미 셰일 줄도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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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세계 원유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한 저유가 치킨게임에서 누가 백기를 들 것인가. 기존 산유국들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올해 유례없는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도전자인 미국의 셰일오일 업체들은 줄도산 직전이다.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상황은 사우디 등에게 더 유리하다. 사우디 등은 국민들까지 쥐어짜 적자를 메우기로 했지만, 셰일업체들은 별다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사우디 저유가로 사상 최대 적자…국내 유가 전격 인상
29일 블룸버그통신·CNN머니 등 외신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는 전날 재무부 성명을 통해 올해 약 1000억 달러(약 117조 원)가량 재정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우디 건국 이후 최대 규모로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6%에 해당한다. 사우디는 올해 162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보다 42% 감소한 액수다. 셰일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해 저유가를 감내한 대가이다. 올해 수입의 73%가 원유 판매에서 나왔다.
내년 전망은 더욱 좋지 않다. 사우디는 내년 수입을 올해보다 적은 1370억 달러로 잡았다. 사우디는 내년 2240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상당 부분이 국방예산이다. 이슬람국가(IS)의 발호로 중동 정세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여서 긴축재정에도 불구하고 줄이기 힘든 예산이다. 이로 인해 내년 870억 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 긴축 수준을 감안하면 적자 폭을 크게 줄이지 못한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사우디가 저유가 치킨게임을 계속한다면 5년내 재정이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우디는 이미 지난 10월 S&P 신용등급이 강등된 상태다. 하지만 사우디는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사우디는 재정계획 발표 직후 국내 전기·수도요금 등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하고 국내 휘발유 가격도 최고 67%까지 전격 인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경유와 등유 가격도 올리기로 했다. 앞서 실시한 국채 발행만으로는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의 이 같은 비상 조치는 다른 중동 산유국들로 확산될 전망이다.
◆셰일업체 줄도산 위기…내년 '백기 항복' 전망도
궁지로 몰린 것은 사우디만이 아니다. 상대방인 미국의 셰일업체들도 도산 위기에 몰렸다. 심슨 리소스, 매그넘 헌터 리소스 등 셰일업체가 줄줄이 파산했으며 다른 업체들도 한계에 다다랐다.
댈러스연방준비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4분기에 9개의 업체가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파산보호 신청은 경영난으로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이 회생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구조 요청이다. 한 분기에 9개 업체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은 미국 원유업계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치킨게임이 계속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내년 수요 대비 공급 초과량이 하루 60만 배럴에 이를 것"이라며 "2017년까지는 공급과잉 현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업체들은 대규모 지출 삭감으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노코필립스는 내년 지출 규모를 이전보다 55% 줄이고, 마라톤오일은 60%를 삭감하기로 했다. 다른 업체들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셰일오일 생산량 역시 줄어들 전망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은 내년 셰일오일 생산이 줄면서 미국의 하루 원유 생산량이 평균 57만 배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셰일업체들이 생산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유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셰일업체들은 배럴당 30 달러대를 감당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지만 유가는 내년 상반기에 배럴당 20 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는 셰일오일 감산은 곧 사우디 등 전통 산유국들에 항복 선언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이후 산유량을 줄인다면 셰일오일 업체들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며 치킨게임은 결말을 쉽게 예상할 수 없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