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 첫 거래일에 한국 증시를 비롯한 아시아 금융시장이 요동을 쳤다. '1월 효과' 기대심리는 사라졌고,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주요 증시가 무릎을 꿇었다.
외환시장도 '공포'에 휩싸였다. 세계 각국이 여전히 경기 침체에서 벗어나려 돈 풀기를 지속하는 가운데 미국이 거꾸로 풀었던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하면서 향후 '슈퍼 달러' 시대가 올 거란 전망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겹쳤기 때문이다.
당분간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제 부진, 외국인 이탈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할 전망이다.
◆2008년 상황과는 달라
4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2.55포인트(2.17%) 급락한 1918.76에 마감했다.
중국 증시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상하이지수가 장중 6.85%나 급락하자 3296.66포인트로 거래가 조기 중단됐다. 중국 당국은 이날 중국 증시 사상 처음으로 두차례에 걸쳐 거래를 정지시키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했다. 선전성분지수도 8.19% 폭락한 2119.90에 거래를 중단했다.
일본 증시의 닛케이평균주가(닛케이 225)도 전 거래일보다 무려 3.1% 떨어진 1만8450.98을 나타냈다.
대만 가권지수도 급락했다.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폭락하자 시장에서는 2008년 1월에 겪은 '대폭락' 트라우마를 우려하고 있다.
새해 첫날 2.3% 급락한 2008년 1월 한달간 코스피는 14% 넘게 폭락했다. 2008년 상황은 1월 한 달간 8조5000억원이 넘는 강한 외국인 순매도, 4·4분기 기업 실적 우려 등 지금과 엇비슷했다.
다르다면 원화 강세(2008년 1월 평균 달러당 950원) 하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5.2원 급등한 1187.7원에 마감했다.
중국 위안화 환율도 4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날 인민은행이 고시한 위안화 기준환율은 달러당 6.5032로 2011년 5월 이래 최고치다.
그러나 대다수 증시 전문가들은 개장일 주가 하락률이 비슷하다는 점만 놓고 2008년 처럼 폭락할 것으로 속단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2008년에는 전년부터 불거진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통해 글로벌 경기 동반 침체가 가속됐지만 올해는 전 세계 시장을 흔들 만한 대형 악재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기로에 선 코스피, 곳곳에 복병
그럼에도 불구하고 1월 증시가 어느 때보다 많은 변수들로 인해 향후 변동성이 크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국제금융센터 우희성 연구원은 "중국경기 부진, 유가 하락, 미국 금리인상 등 불안요인이 여전한 가운데 중국 성장세 둔화와 미금리인상이 유가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강화될 소지가 있다"면서 "특히 유가하락으로 오일기반 국부펀드 등의 투자회수가 증가하는 가운데 취약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등락을 좌우할 5대 변수로 ▲지난해 4·4분기 기업 실적 ▲미국 금리인상 영향 ▲저유가 ▲중국 등 글로벌 경기 동향 ▲외국인 수급을 지적하고 있다.
4·4분기 실적 기대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기준 4·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 증권사수 5개 이상 기업 대상)는 12월 들어 4.1% 하향조정됐다"며 "순이익은 같은 기간에 4.9% 하향조정됐는데, 순이익의 경우 영업이익보다 빠른 시점인 10월 말부터 하향조정이 본격됐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업종의 하향조정폭이 컸다. 반도체 업종의 4분기 영업이익은 12월 들어 2362억원 하향조정되면서 전체 하향조정금액(1조2000억원)의 20% 수준을 차지했다. 은행과 유틸리티, 조선, 에너지 업종의 하향조정 금액도 컸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저유가는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국제금융센터 문병준 연구원은 "유가 급락은 신흥국 경제 및 원자재시장의 거품 붕괴에 기인하며, 앞으로 미국의 금리인상 및 과잉공급에 따른 저유가 지속으로 신흥국 경기둔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달러화가치 상승으로 과도한 부채를 보유한 신흥국의 금융비용이 증가하면서, 부채 디플레이션이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경기 하강과 같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만한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새해 첫날 아시아 증시가 급락한 것도 중국 경제 둔화 우려가 커진 탓이다.
삼성증권 김수명 연구원은 "신흥 아시아를 중심으로 작년 외국인 매도가 많았다"라며 "한국도 자금 이탈이 거세지기보다 추가적인 유입이 제한되는 정도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