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 외화채권 월별 만기도래액자료=국제금융센터, 블룸버그
'중국'발 리스크에 국내 기업들과 금융권이 떨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에서 불안이 발생하면 중국과의 연결고리가 강한 한국 경제는 바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중국의 금융시장 악화는 아시아 역내 채권의 디폴트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은 부채 상환 비용이 더욱 커져 상당한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걱정이 고개를 든다. 부채 상환 불확실성이 커지면 더 많은 글로벌 자금이 신흥시장을 이탈해 선진 시장으로 향하기 대문이다.
◆은행, 외채 만기 걱정 없나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2016년 외화채권 만기도래액은 186억달러 규모다.
전체 만기 도래 물량의 70%(130억 달러)가 국책은행 물량이다.
2015년 204억달러에 비해서는 18억달러가 줄어든 것이다.
통화별로는 달러화 65%, 엔화 9.5%, 호주달러화 4.8%, 유로화 3.4% 순이다. 만기별로는 1, 3, 9, 10월에 집중돼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차환물량 부담과 시장의 제반 불확실성 등을 감안해 조기 및 분산 발행 등을 통해 발행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며 "전반적으로 수급여건은 양호한 수준이나 신흥국 불안확대에 유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흥국 자금조달 비용은 최근 1년새 두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2014년 중순 280bp(1bp=0.01%포인트)였던 신흥국 국채 가산금리(EMBI+)가 지난해 말 410bp 대로 상승한 상태다.
NH투자증권 강현철 글로벌 자산전략부장은 "신흥국 중 외채 비중이 높은 금융업과 정유·가스업, 그리고 금속채광업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국부펀드들은 자산운용사로부터 1000억달러 이상 회수했다.
◆부채 관리 미리 대비해야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전단식 기업구조와 문어발식 확장을 거듭하던 대기업들이 뿌리채 흔들렸다.
30대 재벌그룹 평균 수익률은 1996년 0.2%에 불과했고 1997년엔 -2.1%로 추락했다. 1997년 초엔 한보 삼미 진로 대농 기아 등이 잇달아 부도를 맞으며 대마불사 신화도 무너졌다.
금융가도 다르지 않았다. 돈을 빌려간 기업들이 쓰러지고, 빚 상환을 늦추자 채권자인 금융회사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다.
당시만 해도 리스크 관리 개념 없이 막무가내로 돈을 퍼주던 시기였다. 그래서 더 타격은 컸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종금사와 상호신용금고다.
97년 외환위기의 진원지는 경상수지 적자였다. 1997년 11월 외환위기가 터지기 직전까지도 아무도 위기를 눈치 채지 못했다. 다만 1996년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에 달했다. 1992년 629억달러였던 대외 지불 부담은 1996년 1643억달러로 연평균 27% 증가했다. 대부분 금융회사의 외화 부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2015년 한국경제의 위험징후는 바로 부채에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이보미 연구위원은 "신흥국 통화의 약세로 이들 국가 기업의 외화표시 부채 실질 상환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은 이들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 기업은 위험에 따른 파급 효과를 고려해 외화부채를 줄이고 환위험 관리를 통해 유동성을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적잖은 전문가들은 올해 만기 도래액을 포함해 1700억달러에 가까운 은행권 달러부채를 한국경제의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꼽는다.자본시장에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발생한 2008년 1년 동안 무려 40.7% 폭락하는 경험을 했다. 당시 국내 은행의 외채 만기 연장이 중단되면서 2008년 9월부터 12월까지 넉 달간 462억달러 규모의 외국 자본들이 빠져나갔다. 달러 대비 원화값은 2008년 10월부터 이듬해 2월 말까지 40%나 하락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 금리인상, 중국 경기둔화와 역내채권 디폴트 등으로 신흥국 투자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