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블랙먼데이 뒤에 중국정부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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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중국발 '블랙 먼데이' 뒤에는 중국 정부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숨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5일 중국 증시는 전날의 대폭락 사태에서 벗어나 진정세를 보였지만 투자자들의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언제든 증시 폭락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8월 증시 폭락 이후 시장화를 약속했던 중국 당국이 이날 증시 폭락을 막기 위해 개입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추가 폭락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 4일 중국 증시는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온 직후 폭락했다. 차이신이 발표한 지수는 지난 1일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PMI와 사뭇 달랐다. 국가통계국의 PMI는 12월 지수가 49.7이라며 11월의 49.6보다 0.1포인트 올랐다고 발표했다. 반면 차이신은 11월 48.6에서 12월 48..2로 뚝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기준선 50을 넘으면 경기가 확장한다는 의미이고, 50 이하는 위축되는 것을 의미한다.
차이신의 발표 직후 증시가 폭락했다는 것은 투자자들이 중국 정부가 아닌 민간의 발표를 더 신뢰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CNN머니에 따르면 S&P의 샘 스토벌은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의 통계를 둘러싸고 일고 있는 (경기 침체 사실에 대한) 은폐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국유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수출을 통한 고속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치자 서비스업 중심으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계속해서 이 같은 노력이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대외적으로 선전해 왔다. 잠시의 성장통을 겪고 나면 성숙한 경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중국 정부의 구조개혁 성과가 뚜렷하지 않고 성장 둔화가 예상보다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통계에 노골적인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실제 중국 당국과 민간의 PMI가 차이를 보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국가통계국의 경우 지난해 8월 49.7, 9월 49.8, 10월 49.8로 발표했지만, 차이신은 8월 47.3, 9월 47.2,10월 48.3로 발표했다. CNN머니는 "국가통계국의 조사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차이신 조사보다 장미빛 그림을 그린다"고 비판했다. 차이신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경기변화를 잘 반영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정부의 통계는 지난해말 최초로 7% 미만의 경제성장률 발표가 나왔을 당시에도 실제로는 4~5%대의 성장률이 나왔을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외부로부터 깊은 불신을 받고 있다. 외부에서 두려워하는 것은 실제 중국 경제의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다. CNN머니는 "만약 중국 성장 둔화가 투자자들의 체감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다면 전 세계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태도는 앞으로도 신뢰를 얻기 힘든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증시가 폭락하자 중국 정부가 5일 국부펀드를 통해 지역 주식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개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개입은 비밀리에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증시 폭락 때에도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해 증시에 개입해 사태를 무마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또한 중국 증권 당국이 오는 8일로 예정된 상장사 주요 주주의 지분매각 제한 조치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을 시사한 것도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이날 중국 증시가 안정세를 보인 것은 이 같은 개입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중국 정부는 단기 개입에 그칠 뿐 장기적으로는 시장에 맡길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지만 투자자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투자기관인 LGM의 스티븐 마는 블룸버그에 "우리는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여름 사태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