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합병(M&A)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
한화테크윈은 보유 중인 한국항공우주산업 주식 487만3756주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하기로 했다고 5일 공시했다.
양도 예상금액은 3757억6000만원 수준이다.
한화테크윈은 "글로벌 항공 방산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투자재원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IB)업계 안팎에서는 M&A 시장에서 광폭행보를 이어온 김승연 회장의 다음 목표가 KAI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우선 KAI의 매각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지분율 26.75%)도 올해 초 지분 매각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주주협의회가 공동매각기한을 연장하지 않아 단독 매각이 가능해진만큼, 가급적 빠르게 거래를 진행해 올해 상반기중 결론을 내겠다는 복안이다.
가능성은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한화도 실탄 확보에 들어가는 분위기 였다.
지난달 한화테크윈은 보유 중이던 한화종합화학 주식 전량(1297만973주)을 한화종합화학 측에 양도했다. 당시 양도금액은 약 4418억원으로 한화테크윈 총자산의 12.3%, 자기자본의 26.9%에 달한다.
이번 지분 매각의 시장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시장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다음 행보에 더 주목한다.
한국투자증권 조철희 연구원은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 당시 "JV인 한화탈레스(한화테크윈 지분 50%, 탈레스 50%)의 탈레스 측 지분 50%(장부가 2,172억원) 매입 용도로도 사용 가능하다"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는 지난해 6월 1년 뒤 자사가 보유한 삼성탈레스 지분 50%를 한화에 매각할 수 있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는 탈레스의 풋옵션 행사 기간이 끝나는 올해 8월 중순 이후 해당 지분을 살 수 있는 콜옵션을 가진다. 당시 옵션 행사 가격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 한화 계열사 가운데 어떤 회사가 옵션 행사권을 갖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탈레스는 2000년 1월 삼성과 합작해 삼성탈레스를 설립했다. 지분은 양측이 50%씩 나눠 가졌다. 지난 2014년 11월 삼성이 한화에 삼성테크윈과 함께 삼성탈레스를 매각키로 했을 때 탈레스가 반발하면서,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라원 상무가 직접 탈레스 본사를 방문하기도 했다./김문호기자 kmh@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