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 차이나' 향한 중국의 문화 공습…한류 비상
완다 그룹이 중국 칭다오에 건설 중인 거대 영화산업단지 '둥팡잉두'의 모습. 사진=완다 그룹 홈페이지
>
'둥팡잉두'에는 영화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만 30개가 넘고 세계 최대 규모의 3D 스튜디오까지 들어선다. 사진=완다 그룹 홈페이지
>
[메트로신문 송병형기자] 한국이 중국 내 한류 열풍에 자만하는 사이 중국은 한류를 넘어 전 세계 대중문화 접수에 나섰다. 중국 공산당이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아시아 최고 부자인 부동산 재벌이 앞장서자 감히 막을 자가 없는 상황이다. 속속 성과가 나타나면서 중국의 문화 공습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할리우드를 통해 세계 대중문화를 장악해 온 미국은 중국의 돈의 힘에 두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은 한류 열풍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 맴돌다 이제는 중국의 문화 공습을 걱정해야할 처지가 됐다.
5일(미국시간) 중국의 완다 그룹이 할리우드의 유명 영화제작사인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장악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공산당과 밀착해 있는 완다 그룹이 미국 대중문화 산업의 심장부에 발을 내디뎠다"며 완다 그룹을 공산당의 문화적 전위로 묘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세계 영화산업의 발전소가 되고자 하는 목표에 가까워졌다"고 했다.
그동안 완다 그룹의 행보를 보면 미국 언론들의 이 같은 경계심을 이해할 수 있다. 완다 그룹은 2013년 중국판 할리우드 건설을 선언한 뒤 동해안의 칭다오에 거대한 영화산업단지 조성에 들어갔다. '둥팡잉두'라는 이름의 단지는 미국의 할리우드를 연상시키지만 실제로는 그 이상이다. 영화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만 30개가 넘고 세계 최대 규모의 3D 스튜디오까지 들어선다. 이에 앞서 완다 그룹은 2012년 AMC 인수를 비롯해 영화 극장 체인들을 잇따라 사들였다. 2017년 칭다오 단지 공사가 마무리된다면 영화 제작부터 배급까지 단일한 체계가 완성된다. 할리우드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중국은 정권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고 있다. 3D 등 첨단영화 제작사에 투자금을 환급해주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왜일까. 대중문화란 단순히 문화 그 자체에 머물지 않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영화가 미국의 가치를 전파하며 미국이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은 이미 잘 알려진 내용이다. 할리우드는 '팍스 아메리카'의 한 축인 셈이다. 이제 중국이 대중문화의 힘을 키워 '팍스 차이나' 시대를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중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강력한 무기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막강한 자금력이다.
중국의 국민소득이 증가하면서 거대한 인구가 속속 대중문화 소비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2017년 중국 영화시장은 100억 달러(12조 원)를 돌파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시장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중국의 돈의 힘이야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칭다오 영화단지 조성 비용은 500억 위안(9조5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의 양경미 소장은 "중국은 자금력을 앞세워 세계영화시장에서 무서운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도 무시하지 못하는 존재"라며 "이전에 인도 영화가 부상하자 발리우드라는 말이 나온 것처럼 이제는 찰리우드(차이나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에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한국은 이제 중국의 반격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특히 영화산업의 경우 상황은 심각하다. 양 소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 대기업이 중국과 동남아 시장에 화려한 극장을 세우는 등 적극 진출하고 있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먹힐지 모르지만 중국에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며 "일본의 소니처럼 북미로 진출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영화산업의 해외시장 공략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양 소장은 "극장보다는 온라인으로 영화산업의 중심이 옮겨가는 상황에서 극장 사업은 위험요소가 내포돼 있다"며 전략 수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