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문래동에 거주하는 주부 이연주(35)씨는 매월 중순 편의점으로 공과금을 납부하러 간다. 은행보다 집에서 가깝고 편리하게 공과금을 납부할 수 있어서다. 이씨는 공과금 납부 뿐만 아니라 시댁과 친정에 선물을 보낼 때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고 홈쇼핑에서 구입한 제품을 반품할 때도 편의점을 찾는다. 중요한 서류를 집에 두고 간 남편의 다급한 전화에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 출력 서비스'를 통해 남편의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문서를 출력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간식이나 야식을 해결하거나 대형마트가 문을 닫은 후 구매하지 못한 생필품을 구입하는 장소였던 편의점이 생활 곳곳을 파고드는 이색서비스 경쟁이 치열하다. 편의점이 제품 판매 외의 부대서비스를 확충하면서 편의점이라는 이름처럼 편의시설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편의점협회의 '2015년 편의점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 기준 편의점 상위 6개 브랜드의 매장 수는 2만6000여개에 달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부대서비스도 26종에 이른다.
◆편의점 은행을 대체하다
현금 자동입출금기(ATM)를 비치하는 것으로 시작된 편의점의 금융서비스는 이제 은행을 위협하고 있다.
전국 편의점 중 ATM을 설치한 곳은 83%에 달한다. ATM이 단순 입출금과 계좌이체 등 단순한 서비스만 제공했다면 최근에는 공과금 수납까지 가능해졌다. 또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하면 편의점 매장에서 계좌개설과 대출, 금융상품 가입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는 주주로 참여한 GS리테일의 GS25 편의점을 '무인점포'로 운영하는 것을 준비중이다. GS25에 비치된 1만여개의 ATM을 무인점포로 활용해 입출금 서비스와 계좌개설, 소액대출, 금융상품 가입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CU편의점도 오프라인 금융에 초점을 맞춘 멀티 생활 서비스 공간인 '인터넷 전문은행 전용 편의점' 모델을 선보인 바 있다.CU는 상주직원을 편의점 내에 배치해 은행에서 오프라인으로만 가능했던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편의점은 전기요금·유무선전화 요금·보험료·인터넷요금·신문대금·세금·케이블TV 요금 등 각종 공과금과 세금 납부가 가능해 사실상 은행 지점의 역할을 다수 수행중이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는 전체의 99%에 달한다.
또 대부분의 매장에서 택배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교통카드 충전, 모바일 쿠폰 구매 등도 가능하다. 상품권이나 스포츠 경기 티켓도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고 꽃배달서비스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도 늘고 있다. 무인서류 발급, 디지털사진 인화 등이 가능한 점포도 있다.
◆홈쇼핑에서 사고 편의점에서 반품
세븐일레븐은 롯데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협업을 통한 편의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가 롯데홈쇼핑 반품서비스와 세븐일레븐 소공점에서 실시하는 픽업락커 서비스다.
롯데홈쇼핑 '반품 대행 서비스'는 롯데홈쇼핑에서 산 물건을 반품하려는 소비자는 택배 기사를 기다리지 않고 근처 세븐일레븐을 통해 반품할 수 있는 서비스다. 롯데백화점 본점 옆에 위치한 세븐일레븐 소공점이 운영하는 '픽업 락커'는 온라인 쇼핑사이트에서 구매한 롯데백화점 상품을 락커(보관함)에 넣어두고, 고객이 제품을 찾아갈 수 있는 서비스다.
편의점 CU(씨유)는 지난해 3월부터 삼성전자와 함께 선보인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 출력 서비스'는 직장인들에게 특히 인기다. 집이나 직장 등에서 작업하던 문서를 네이버 N드라이브, 다음 클라우드 등에 등록한 후 CU 매장에서 간단한 로그인만 거친 뒤 내려받거나 출력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일부 매장에서만 시험적용중이지만 올해 적용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서울 한남동 CU '이태원프리덤점'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해 물건을 보관해주는 서비스를 제공 중이며 덕성여대 학생회관 내 CU '덕성여대학생회관점'은 스터디공간과 파우더죤, 피팅룸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