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사당동에 거주하는 주부 김모씨(42)는 가계부를 쓸 때마다 한숨이 나온다. 계절적인 영향이 있는 일부 농산물을 제외하고 지난해 연말과 연초를 기해 일제히 가격이 올라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자녀를 둔 그는 수입의 절반을 교육비로 쓴다. 여기에 주택담보 대출 이자를 갚고 각종 공과금을 내면 1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돈으로 식비와 외식비, 문화생활비까지 충당해야 한다. 최근 그는 소주, 두부, 계란 등이 일제히 가격이 오르면서 주당 장바구니 부담이 10% 이상 늘었다. 인천으로 출퇴근하는 남편의 고속도로통행료까지 늘면서 가계부담이 더 커졌다. 그는 다가올 설이 두렵기만 하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
장바구니 물가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으로 서민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경기 전반이 침체되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물가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의 연봉 인상률을 책정했다. 그러나 소주, 두부, 상하수도 요금, 쓰레기봉투 가격,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새해들이 일제히 인상됐다. 서민들의 푸념이 늘어나는 이유다.
◆소주 이어 두부·계란 값도 올라
풀무원은 지난 7일부터 36개 두부 제품 가격을 평균 5.3%, 5개 달걀 제품 가격을 평균 3.9% 인상했다. 국산콩 두부 '느리게 만든 한모'(360g)는 기존 3900원에서 4100원으로 5.1% 인상됐다. 달걀 '하루에 한 알'(15구)은 5500원에서 5700원으로 3.6% 올랐다. 앞서 풀무원은 지난해 12월 짜장면류와 핫도그류를 각각 평균 3.1%, 11.9% 인상한 바 있다.
두부 시장 1위인 풀무원의 가격인상으로 후발주자들의 추가 인상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식품업계의 경우 업계 1위 기업이 가격인상을 단행하면 후발주자들이 연이어 가격을 올리는 만큼 CJ제일제당, 종가집도 조만간 가격을 올릴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부보다 앞서 가격을 올린 품목으로는 소주와 탄산음료를 꼽을 수 있다. 참이슬을 시작으로 대선주조, 무학에 이어 업계 2위인 롯데주류까지 출고가를 5~6% 인상했다. 코카-콜라는 탄산음료의 출고가격을 7%나 올렸다.
처방전 없이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한국얀센은지난해 10% 가량 가격을 인상했던 '타이레놀'을 올해도 5% 가량 추가 인상했다.
◆쓰레기봉투 가격까지 인상
최근 인천시에서는 때아닌 쓰레기봉투 사재기 열풍이 불었다. 조만간 가격이 인상된다는 소문에 미리 낮은 가격에 구매에 나선 이들이 늘어난 탓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개가 쓰레기봉투 가격을 인상하거나 인상을 예고했다. 부산과 인천시는 상수도 요금을 올해부터 각각 8%, 6.4% 인상할 예정이다.
고속도로통행료도 예외없이 올랐다.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의 통행료는 평균 4.7% 인상됐다. 민자고속도로의 경우 인상률이 이를 상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번 인상으로 승용차 기준 경부선 서울-부산간 통행료는 1만8800원에서 2만100원으로 올랐고 영동선 서울-강릉은 1만100원에서 1만700원으로 조정됐다. 서울-인천간 통행료도 1100원으로 10% 가격이 올랐다.
서민의 물가부담 가중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소주보다 원재료 인상 부담이 큰 맥주가 추가 가격 인상 1순위 품목이다. 여기에 5년간 가격을 동결해온 라면도 올해는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