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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차기태의 향기편편] 뒤돌아보지 말라

아리 셰퍼 그림 에우리디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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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의 음악가이다. 그는 리라를 연주하면서 숱한 신과 인간을 감동시키고 즐겁게 해주었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와 결혼했지만, 아내 에우리디케는 풀밭을 거닐다가 뱀에 물려 목숨을 잃었다. 오르페우스는 너무나 슬펐다. 그는 에우리디케를 되살려오기 위해 지하세계까지 찾아갔다. 그는 지하세계의 신들에게 에우리디케를 돌려보내 달라고 간청했다.

나는 참고 견딜 수 있기를 바랐고, 아닌 게 아니라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도 해보았습니다. 하나 아모르가 이겼습니다.

-오비디우스 <변신> 제10권

에우리디케를 잊으려고 애써 보았지만, 그녀에 대한 사랑(아모르) 때문에 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오르페우스는 에우리디케를 돌려보내 주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지하의 신들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아울러 리라 연주로 신과 지하세계의 영혼들을 감동시켰다. 냉혹한 복수의 여신들도 오르페우스의 연주에 눈물을 흘렸다. 오비디우스의 변신에 따르면 오르페우스가 연주하자 시시포스는 굴리던 돌덩이 위에 앉아 들었고. '자비로운' 복수의 여신들의 볼이 눈물에 젖었다고 한다.

오르페우스의 연주는 효과를 발휘했다.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하데스신과 그의 아내 페르세포네가 마음을 열었다. 오르페우스에게 에우리디케를 다시 데려가도 좋다고 허락했다. 다만 저승에서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절대 뒤돌아보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함께 지상세계로 통하는 오르막길을 통해 올라갔다. 그런데 지상세계에 거의 다가오자 오르페우스가 뒤돌아보았다. 에우리디케가 잘 따라오는지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의 손을 놓치고는 미끄러져 내려갔다. "안녕"이라는 마지막 말만 남기고. 영원한 이별이었다.

오르페우스는 너무나 허무했다.저승세계에 다시 가서 에우리디케를 찾아오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저승에 흐르는 스틱스강의 뱃사공 카론을 찾아가 자신을 다시 태워달라고 간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거절당했다. 그는 저승세계에 다시 가는데 실패하고는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다가 고향 트라키아로 돌아갔고, 그 후로는 모든 여자를 멀리했다고 한다.

뒤돌아보지 말라는 메시지는 구약성서와 중세의 시성 단테 알리기에리가 쓴 서사시 은 물론 중국의 설화에도 등장한다. 《창세기》에서는 '죄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가 신의 징벌로 멸망할 때 룻의 부인이 탈출하다가 뒤돌아본 탓에 소금기둥이 됐다. 이슬람교 경전 코란 제11장에도 "너희 가운데 누구도 뒤돌아보지 말라"는 경고가 들어 있다. 단테의 에서는 단테가 스승 베르길리우와 함께 연옥 입구에 들어설 때 천사로부터 뒤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를 듣는다. 뒤를 돌아보면 밖으로 되돌아 나오는 수가 있다고.

중국 고대의 은(殷)나라에는 시조이자 성군으로 알려진 탕왕(湯王)의 명재상 이윤에게 비슷한 탄생설화가 있다. 이윤의 어머니가 아이를 가졌을 때 꿈에 신으로부터 하나의 계시를 들었다. 물에 절구가 떠 있으면 동쪽으로 쏜살같이 달려가되 절대로 뒤돌아보지 말라고. 이튿날 이윤의 어머니는 강물에 절구가 떠 있는 것을 보고는 계시 받은 대로 동쪽으로 달려갔다. 그렇지만 10리쯤 달려간 후 이제는 됐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뒤돌아보았다. 그러자 마을은 물바다로 변하고 그녀는 속이 텅 빈 뽕나무가 되었다. 그 텅 빈 뽕나무 속에서 아기가 하나 발견되었는데, 그 아이가 바로 이윤이었다.

이 모든 고사와 설화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아마도 지난날을 자꾸 되새기지 말라는 메시지일 것이다. 지난날 과오가 있었더라도 너무 자책하거나 후회하지 말고 현재와 미래의 과제에 충실해야 한다는 메시지라고 생각된다. 후회한다는 것은 과오에 과오를 더할 따름이니까. 일찍이 고대 그리스의 호메로스도 같은 이야기를 한 바 있다.

" 아무리 괴롭더라도 지난 일은

잊어버리고, 필요에 따라 가슴 속 마음을 억제합시다."( 제19권)

/논설위원, <미술작품을 곁들인 에피소드 서양문화사> <단테의 신곡 에피소드와 함께읽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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