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전 농협양곡 대표가 '농민 대통령(농협중앙회장)'이라는 꿈을 이뤘다. 세번의 도전 끝에 첫 호남 출신 '농민 대통령'이라는 타이틀 까지 차지했다.
그는 '불도저형' 스타일이다. 한 번 계획을 세우면 밀어 붙인다. 주말에도 직원들과 워크숍을 개최하고 밤샘 회의도 마다하지 않는 열정의 '학구파'다. 협동조합론책에 우수조한 사례가 나오는데 김병원 차기 회장이 있었던 나주 남평농협도 우수사례로 꼽혔다. 김 차기 회장은 매일 인터넷으로 농업 관련 정보를 검색해 스크랩할 정도로 열정파다. 특히 현장에서 답을 찾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또 국회의원 등 대외관계가 원만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꿈을 이룬 과정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였다.
12일 서울 새문안로 농협중앙회 대강당에서 치뤄진 이번 선거는 대의원 등 총 289명(3명 기권)의 선거인이 투표한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어 1·2등을 차지한 이성희 후보와 김병원 후보가 결선에 올라 다시 투표를 치렀다.
이후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자를 지지한 대의원들이 김병원 후보쪽으로 몰리면서 전체 유효득표수 289표 중 163표를 얻은 김병원 후보가 제23대 농협중앙회장으로 당선됐다.
이변이었다.
결선에서 붙었던 이성희 후보도 비 영남권인 경기 성남 출신이어서 결국 대의원 수가 87명으로 가장 많은 영남 표가 어디로 갔느냐가 당락을 갈랐을 가능성이 컸다. 만약 영남 출신인 최덕규 후보와 결선에서 맞붙었으면 지역 대의원 수에서 밀려 김 신임 회장의 승리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호남권 대의원은 영남보다 적은 64명이다.
농협 현 체제에 변화와 개혁을 원하는 조합원들이 출신 지역과 상관없이 최원병 현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성희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관측이 있다. 또 '삼수'도 마다하지 않고 "농민을 위해 일해 보겠다"는 김 신임 회장의 열정에 표가 몰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의원들은 차기 회장에 대해 출신지역에 관계없이 실제로 일을 잘 할 수 있는 능력 있는 인재를 뽑아야 한다는 인식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4년 단임제로 임기가 짧은 상황에서 자칫 능력이 떨어지거나 비리 연루 등으로 도덕성이 결여된 사람이 회장에 당선될 경우 농협이 또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 신임 회장은 간절했다.
아픈 과거를 보면 그럴만 하다. 2007년과 2011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도 출마해 이번이 세번째 출마였다. 2007년에는 1차 투표에서 1위를 해 당선에 기대를 걸었으나 결선에서 최원병 회장에 패했다. 2011년 선거 때는 최원병 회장과 겨룬 유일한 후보였으나 역시 최 회장에게 상당한 표차로 패했다. 이후 김 신임회장은 최 회장 당선 무효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기도 했다.
김 신임 회장은 투표에 앞서 한 소견 발표에서 "회장에 3번 도전하는 만큼 간절함이 있다"며 "지역 농협과 중앙회를 살리기 위해 8년동안 준비했다"며 간절한 속내를 내 비치기도 했다.
그만큼 농협과 농민을 잘아는 적임자도 없다는 게 시장의 평이다.
그의 인생 자체가 농민·농협과 함께 성장했다.
1978년 전남 나주 남평농협에 입사해 전무를 거쳐 1999년부터 2014년까지 조합장 3선을 지냈다. 또 2013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계열사 NH무역 대표이사를, 작년 3월부터 11월까지 농협양곡 대표이사도 역임했다. 그 밖에 농협중앙회 이사, 전국 무·배추협의회장, 전남도 농어촌진흥기금운용심의위원회 의원, 농식품부 양곡정책 심의회 위원 등을 지냈다.
준비된 회장이라는 평에 걸맞게 농협에 많은 변화가 예고된다.
그 스스로도 "농협중앙회장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다. 능력을 실천하는 자리이다"고 말하고 있다. 또 "반드시 국민의 농협을 만들어 회원농협의 균형있는 발전을 도모해 내겠다"는 각오다.
우선 훼손된 농협의 정체성도 다시 정립할 생각이다.
그는 ▲농협법 개정 ▲회원농협의 주인 지위 회복 ▲축산업 경쟁력의 획기적 강화 ▲농협쌀 시장점유율 60% 달성 ▲조합 출하물량의 60% 이상 책임 판매 ▲상호금융 경쟁력 금융권 최고수준으로 강화 ▲원예·인삼·특작사업 특화 ▲조합장 위상 강화 및 처우 개선 ▲지자체와의 협력사업 확대 ▲농협 농축인삼수출 10억달러 달성의 공약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