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장들의 출신이 다변화되고 있다. 그간 소외됐던 호남·충청지역 출신들과 지방대학 출신이 전면에 등장한 반면 부산·경남(PK) 등 영남 인맥은 위축된 모습이다.
정부의 강력한 금융개혁 의지로 관치 금융이 사라지고, 최고경영자(CEO)의 저변이 넓어진 영향이란 분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농협중앙회장에 김병원 전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이 당선되면서 호남권 인맥이 은행권 최대 계파로 떠올랐다.
김 당선자(전남 나주) 이외에도 전남 보성이 고향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윤종규(전남 나주) KB금융 회장, 박진회(전남 강진) 씨티은행장, 권선주(전북 전주) 기업은행장 등이 호남 출신이다.
◆충청 출신 CEO 약진
충청권 출신도 적잖다.
김용환(충남 보령) NH농협금융 회장을 비롯해 이광구(충남 천안) 우리은행장, 조용병(대전) 신한은행장, 함영주(충남 부여) KEB하나은행 행장, 박종복(충북 청주)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장이 모두 이 지역 출신이다.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 출신 일색이었던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지각변동이 생긴 셈이다.
한 때 어윤대(경남 진해) KB금융 회장, 이팔성(경남 하동) 우리금융 회장, 강만수(경남 합천) 산은지주 회장, 김정태(부산) 하나금융 회장, 한동우(부산) 신한금융 회장, 신동규(경남 거제) 농협금융 회장 등 6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영남권이었다. 김석동(부산) 전 금융위원장과 권혁세(대구) 전 금융감독원장도 마찬가지였다.
◆대학 지도도 다변화
출신 대학 지도도 달라졌다. 'KS'(경기고·고려대·서울대)가 후퇴한 모습이다. 반면 YS(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가 약진했다.
임종룡 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김옥찬 KB금융지주 사장 등이 연세대 출신이다. 김용환 회장, 김정태 회장 등은 성균관대 출신이다. 서강대 출신으로는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이광구 행장,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있다.
최근 들어 '인간 승리'의 CEO가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병원 당선자는 전남 나주 출생으로 광주농고, 광주대를 졸업했다.
'상고'출신도 꽤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상고' 간판을 달고 금융 당국 수장이 됐다. 동지상고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건국대에 진학했다.
시중은행장 중 상고 출신으로 대표적인 인물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다. KB국민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는 윤 회장은 광주상고 출신이다. 윤 행장은 광주상고 졸업 후 한국외환은행에 입행, 은행에 다니면서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윤 행장은 이후 행원 생활을 접고 회계사 시험, 행정고시 25회에 합격했으며 서울대 경영학 석사,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까지 마쳤다.
◆상고 졸업 후 CEO까지
함영주 행장도 하나은행 내에서 입지전적 인물로 통한다. 함 행장은 상업고등학교(강경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해 행원생활을 하면서 야간대학(단국대 회계학과)을 졸업한 데다 행원으로 시작해 행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주요 시중은행장 가운데서는 유일한 TK 인사로 분류된다. 하지만 그역 시 대구 달성고와 경북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흔히 말하는 비주류였다.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고 농협증권과의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NH투자증권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는 등 농협금융에서 큰 역할을 해왔다.
금감원 부원장은 모두 지방대 출신이다.
서태종 수석부원장(총괄· 보험)은 광주대동고와 전남대 경제학과를 나왔다. 은행, 증권 등의 금융영역을 대부분 거친 몇 안 되는 간부다. 박세춘 부원장(은행·비은행 담당)은 중앙상고와 영남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검사 분야에서 '최고'를 다툰다. 실무 지식이 풍부하고 조직 내 신망도 두텁다. 이동엽 부원장(시장)은 서대전고와 충남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공시와 자산운용 부문에서 잔뼈가 굵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로 금융권에 관피아(관료+모피아) 출신 낙하산 인사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금융 CEO들의 저변이 넓어졌다"고 전했다. /김문호기자 kmh@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