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상상해봅니다.
'한여름의 서핑, 비오는 날의 첨벙거림…혹시, 무제?'
누구의 작품일까요? 대범했던 추상화가 '잭슨 폴락'? 미술사에서 잊혀져간 아마추어 추상화가?
사실 이 작품은 세 살배기 침팬지인 '콩고'가 그린 작품입니다. 여러분은 이 작품을 미술로 인정할 수 있나요? 고민되시죠? 많은 사람들이 침팬지가 그린 그림으로 한 때 서로 의견싸움을 벌였었는데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경매현장에서 바로 이 작품이 앤디워홀과 르누아르의 작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거래되었기 때문입니다. 1957년에 침팬지 콩고의 나이 세 살 때 그려진 이 작품은 런던의 한 경매장에서 한화 약 150만 원 정도에 거래되었죠. 이렇게 동물이 그린 작품을 '애니멀 아트'라고 불리는데요. 십년 전에 150만 원대면 작은 금액이 결코 아닌 것을 감안해보니 콩고는 그 어떤 신인작가보다 인정받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누군가는 침팬지의 작품을 경멸하듯 바라봤고, 인정해주지 않았고 반면에 파블로 피카소와 호안 미로는 자신들의 아틀리에에 걸어놓고 좋아하기도 했어요.
저는 침팬지 콩고의 이 작품도 감상자 입장에서 보면 감상할 가치가 있고 심미적인 작품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인간만 미술이라는 활동을 영위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어릴 적 늘 보고 자랐던 동화책에도, 땅 속에 사는 두더지도 벽에 그림을 그리고 잠자리 떼도 하늘을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렸으니까요.
요즘 들어 저는 더 더욱 '미술이다, 미술이 아니다' 는 남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이 결정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연히 자란 나무의 형태가 그 어떤 미술작품보다 멋져 보인다면 나에겐 그것이 최고의 미술이고 지나가다 그 어떤 간판보다 세련되게 건물과 어울리는 간판이 있다면 그 이미지가 주는 감흥은 그 어떤 명화 못지않죠.
내일 아침 출근길에는 여러분이 나서는 길목, 길목에서 우연하게라도 명화만큼 멋진 이미지를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두가 함께 본 명화가 아니라 나 혼자만 본 미술을 오늘은 일상에서 찾아보시길 바라요. 누군가는 침팬지 콩고가 그린 저 작품을 보고 감동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서요.
이소영(소통하는 그림연구소-빅피쉬 대표/bbigsso@naver.com/출근길 명화 한 점, 그림은 위로다, 명화보기 좋은 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