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영화계는 복고가 대세다. 지난해 영화 '국제시장'이 10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드라마 '응답하라1988'이 국민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복고의 인기는 음악, 소품, 패션, 먹거리까지로 이어지고 있다. 30년 전 광고가 리메이크 되는가 하면 빙과 및 제과류가 인기리에 판매되었고 단종된 맥주가 다시 출시되기도 했다. 반면에 미국 영화계는 한국과 달리 미래로 가고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가 그러하며 '마션' 또한 미래를 동경하고 있다.
한국에서만 유독 복고 열풍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경기침체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복고에 열광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안을 받고 싶은 심리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현실에서 힘들어 한다. 고단하고 팍팍한 현실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 영화를 통해 과거의 따뜻하고 즐거웠던 추억을 꺼내보며 위로 받고 싶은 것이다. 경제위기가 있을 때마다 복고가 강세를 보였던 배경이다.
복고열풍의 또 다른 이유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기 때문이다. 미래가 불확실한 경우, 국민들은 과거에 집착하게 된다. 우리는 변화의 시기에 살고 있다.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으며 조선 및 철강 등 주력산업은 중국으로의 이전이 가시화되고 있다.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우리의 미래는 불안하다. 그러한 불안심리는 관객을 과거로 회귀하게 만든다.
반면에 미국은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에 대한 희망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와 반대로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들이 미래지향적인 영화가 많은 이유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 '마션'로 이어지면서 앞으로도 이러한 쟝르의 영화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복고 콘텐츠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창조적인 글쓰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의 주입식 교육은 창조적인 아이디어 생산을 저해한다.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없는 상황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미국은 창의적인 교육으로 새로운 아이디어 창조의 토대를 끊임 없이 만들어간다. 이 때문에 영화에서도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영화나 대중문화는 사회의 거울이며 '잠수함의 토끼'와 같이 미래의 시그널이다. 과거 지향적인 한국 영화와 미래 지향적인 미국 영화의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되는 이유다.
경기침체로 어려운 시기에 추억에 젖어 복고영화나 대중문화 콘텐츠로 위로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과거에만 집착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과거로 회귀해 그 시공간과 사람에 빗대어 오늘을 이야기하는 복고영화는 미래에 대한 전망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현실의 이면이다. 경제성장과 국가발전을 위해서는 우리 영화도 미국과 같이 대중매체가 선도해서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고와 가치로 국민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줄 필요가 있다.
양 경 미/영화평론가·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