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화된 서울노량진 수산시장(이하 신축 노량진 시장)이 상인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52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투자됐지만 입주예정일이 지났음에도 신축 노량진 시장은 을씨년스럽기만 하다. 대다수 상인들은 노후시설로 분류되는 구시장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
17일 수협과 시장상인들에 따르면 수협과 노량진수산시장현대화 비상대책 총연합회(비대위) 측이 신축 시장 오픈 과정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입주가 지연되고 있다.
상인들은 신축 노량진 시장을 외면하는 이유는 영업공간의 축소와 수협의 일방적인 입주일자 변경 등이 원인이다. 상인들은 신축 노량진시장으로 이전하면 기존 판매공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며 이를 개선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수협은 구시장과 같은 수준의 전용면적을 제공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영업공간을 두고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는 이유는 양 옆의 여유공간 활용 여부때문이다.
수협측은 구시장과 신축시장 모두 매장 전용면적은 4.96㎡(1.5평)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인들이 무단으로 통로공간을 점거한 것을 신축시장에도 적용해달라고 무리한 요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수협은 이에 대해 2009년 전체 상인이 점포면적 4.96㎡에 찬성해 체결한 양해각서를 토대로 현대화 사업을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의 의견은 다르다. 양해각서를 체결할 때 공간을 수평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주기로 한 것을 뒤엎는 주장이라는 것. 이들은 반박성명을 통해 "노량진수산시장은 수협이 인수하기 전부터 통로 공간을 상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왔고 신축시장에서 이것이 이행되지 않으면 실질적으로 영업이 어렵다"며 입주를 거부하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상인은 680여명이다. 이중 신축시장에 입주한 사례는 전무한 실정이다.
양측의 공방은 법정으로 번질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대위 소속 상인들은 수협에서 일방적으로 현대화시장 입주일자 변경 안내와 명도소송 등 공사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안내문에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는 오는 3월 15일까지 현재의 구시장 계약이 만료되면 더 이상 영업을 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3월 15일 이후 구시장에서 영업을 할 경우 무단점유로 간주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이 골자다.
비대위측도 반박설명을 통해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의 공방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존 노량진 수산시장 건물은 건립된 지 40년 이상 노후화로 건물 안전등급 진단에서 C등급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지난해 10월 신축시장을 완공했고 지난 15일을 기존 상인들의 입주일로 정한 바 있다. 신축 시장은 연면적 11만8346㎡,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이며 물류차량 최대 124대가 동시에 상·하차할 수 있다.